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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진태 총장, 명예 걸고 ‘채동욱 사건’ 실체 밝히라

등록 2013-12-18 19:05수정 2013-12-18 20:50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와대 조오영 행정관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17일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해서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하지만 불법을 지시한 배후를 찾아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채동욱 찍어내기’가 권력 핵심부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이 짙은 상황에서 그 몸통을 밝혀내기도 전에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부실 수사’를 진행한 검찰의 책임이 크지만, 과연 법원도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 의지 부족 탓이 크다. 몸통을 밝혀줄 열쇠를 쥐고 있는 조 행정관의 사무실과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가 여러 차례 진술을 바꾸는데도 강제수사를 않은 것은 검찰이 사실상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의 기회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장 기각 뒤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 공모해 준비한 사건이 아니라면 압수수색이 큰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달라”고 변명했으나, 거꾸로 왜 굳이 압수수색을 피했는지 되묻고 싶다. 특히 조 국장마저 ‘제3자’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라면 도대체 사건 실체에 대해 그동안 무얼 수사한 것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출신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중희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던 임아무개 서초구청 과장을 아예 용의선상에서 제쳐놓은 것도 의문이다.

검찰의 부실수사가 수사 역량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청와대 등 외부의 압력과 검찰 상부의 지능적인 견제 때문인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개인적 일탈” 운운하며 사실상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온 점을 고려하면 수사 역량의 문제만으로 보기는 힘들다.

영장을 기각한 게 진상 규명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도 공감하기는 어렵다. 당사자들이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유출한 행위 자체는 명백하고 그 배후의 존재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있는 정황이 뚜렷한데도 영장을 기각한 것은 상식에 반한다. 영장 심사의 한 기준인 사안의 ‘중대성’을 간과한 인상이 짙다.

이번 사건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적극 수사한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정권 차원의 음모가 있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정치적 중립 의지를 의심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명예를 걸고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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