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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 ‘정보유출 윗선’ 못 밝히면 천하의 웃음거리

등록 2013-12-15 19:00수정 2013-12-16 14:03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받고 있는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과 서울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달 20일 서초구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지 20여일 만의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이른바 하수인들이다. 범죄를 말단에서 실행에 옮긴 사람들일 뿐 애초 범죄를 계획하고 지시한 주모자와 배후는 따로 있다. 이 대목에서 검찰 수사는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 행정관의 진술과 주장은 온통 거짓투성이다. 처음에는 자신에게 정보를 요청한 사람으로 김아무개 안전행정부 지원국장을 지목했다가 거짓말이 들통나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버티고 있다고 한다. 그의 진술이 터무니없는 거짓임은 검찰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조 행정관이 배후를 불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몸통이 드러날 경우 일어날 후폭풍이 얼마나 거셀지 알기 때문이다. 조 행정관의 침묵은 역설적으로 청와대의 몸통설에 더욱 힘을 더한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청와대는 몸통으로 지목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채군의 혈액형 정보를 들먹이며 사퇴를 압박했다는 정황 등도 포착됐다. 조 행정관이 버티면 버틸수록 청와대에 쏠리는 의심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연 검찰이 배후를 밝혀낼 의지가 있는가이다. 이번 사건 수사 과정에서 보인 검찰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서초구청에 대한 압수수색 등 나름대로 수사에 적극성을 보이면서도 조 행정관의 청와대 사무실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수사가 청와대 문턱 앞에 이르자 머뭇거리는 형국이다.

만약 검찰이 이 사건의 윗선을 밝혀내는 데 실패한다면 검찰은 천하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다. 조 행정관 한 사람한테 모든 혐의를 덮어씌우고 사건을 그의 ‘개인적 일탈’로 마무리짓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렇다고 ‘배후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조 행정관이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아 밝혀내지 못하고 수사를 종결한다’고 말하는 것은 검찰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치욕이다. 새로 출범한 김진태 검찰총장 체제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 검찰은 갈림길에 섰다.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국민은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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