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혁신학교 추가 지정을 중단하고 기존 혁신학교에 대한 지원금도 크게 줄일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진행돼온 ‘혁신학교 죽이기’ 움직임이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혁신학교는 지난 몇해 동안 우리나라 초·중·고 공교육이 일궈낸 가장 눈에 띄는 성과 가운데 하나다. 2009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6개 시·도에서 456개 학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2~3년 안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날 전망이다. 혁신학교가 이렇게 확장되는 것은 교육적으로 성과가 있는데다 교육의 세 주체인 학생·부모·교사가 모두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학교 체제가 뿌리내린 경기도에서는 혁신학교와 이웃 일반학교를 묶은 ‘혁신학교 클러스터’가 시도되는 등 이제까지의 성과를 확산시키는 ‘혁신학교의 일반화’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2011년부터 주로 어려운 지역에 있는 학교들이 혁신학교로 지정돼 학생·부모·교사들이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의 질과 아이들의 앞날을 생각하는 교육감이라면 자신이 이전에 어떤 생각을 했든 혁신학교 실험을 적극 발전시켜 나가야 마땅하다. 하지만 문 교육감은 그렇지가 않았다. 지난해 선거 때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의 해방구”라고 했던 그는 취임 뒤에도 혁신학교 반대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취임 직후 혁신학교에 대해 평가하는 연구용역을 한국교육개발원에 맡긴 데 이어 6월부터는 혁신학교에 대한 ‘표적 감사’가 시작됐다. 그는 5월부터 시작하는 2기 혁신학교정책자문위원회에서 혁신학교에 우호적인 위원들을 해촉하고 대신 반전교조 활동을 해온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를 앉히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가 지난 8월 교육감의 독단을 막기 위해 통과시킨 혁신학교 조례안에 대해서도 재의를 요청한 상태다.
문 교육감은 교육개발원 보고서의 내용을 보고 혁신학교 정책방향을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추가 지정 취소 등이 정해졌다고 한다. ‘명분 만들기’용 보고서임을 자인한 셈이다. 게다가 보고서 연구진에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 등 공개적으로 혁신학교에 반대해온 사람이 여럿 포함돼 있고 평가위원 43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일반학교 교장이라니 한쪽으로 치우친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혁신학교는 교육주체들의 적극적 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을 지향한다. 여기에 가장 저항하는 이들이 기존의 수직적 문화를 지배하는 교장과 관료 등 ‘교육 기득권층’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만 바라보는 혁신학교 죽이기 정책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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