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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제적 망신살 뻗친 노동부의 전교조 겁박

등록 2013-10-09 18:50수정 2013-10-29 13:30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노조 등록 취소 통보 사태와 관련해 또다시 긴급개입에 나섰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1일 “해직자들에게 노조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법률 조항은 결사의 자유 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라며 한국 정부에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 3월에도 긴급개입한 바 있는 국제노동기구가 동일한 사안으로 두 차례 나서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 기준에 맞지 않는 반노동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자초한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전교조에 대해 해직자 9명의 조합원 자격을 시비 삼아 한달 안에 규약 변경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적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겁박했다. 국제노동기구의 지적대로 해직자 9명이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노조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법대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도 미약하고 국제적 기준과도 거리가 멀다. 노동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을 근거로 노조 아님을 통보할 수 있다고 하지만, 모법인 노동조합법에는 이미 설립된 노조의 설립을 취소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다. 대법원 판례도 노조 설립을 취소할 때는 공익성을 중대하게 침해했을 경우여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해직자의 조합원 지위 문제는 노조가 재량껏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세계 여러 나라의 관행이다. 국제노동기구 결사의 자유 위원회에서도 조합원 자격 요건의 결정은 노조의 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지 행정당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자격제한 규정을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상식적으로 봐도 14년간 활동을 해오고 6만여명의 조합원이 있는 단체를 해직자 몇 사람이 조합원으로 있다는 이유로 노조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교사 해직 사태는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과 사립학교 비리 등에서 비롯된 만큼 정부로선 해직교사를 문제 삼을 게 아니라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게 마땅하다.

교육부는 전교조의 항의집회에 교사들이 참가하지 못하게 하라고 교육청에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에 눈을 감고 근무시간이 아니어도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막무가내식 발상을 하는 것을 보면, 전교조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법의 울타리 밖으로 쫓아내겠다는 전 정부 차원의 저의가 드러난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전교조에 적대적 인식을 가졌다고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당시의 약속을 어기고 노동 후진국으로 후퇴하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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