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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의 ‘후진성’ 드러낸 소모적 대화록 공방

등록 2013-10-07 20:35수정 2013-10-09 15:28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공방이 끝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여부로 시작된 공방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지 않은 경위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더니 이번엔 음원 공개를 둘러싸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쟁의 연속인 셈이다.

대화록을 둘러싼 소모적 정쟁이 계속되다 보니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으로선 짜증이 날 지경이다. 여야 정치주체들은 이런저런 사실이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공방을 주고받지만 국민 입장에선 한심해 보일 따름이다. 나라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사사건건 완승하겠다고 달려드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남북 정상이 나눈 대화를 둘러싼 논쟁을 적정선에서 매듭짓지 못하고 싸움을 거듭하는 여야 정치권 모습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극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음원을 공개해서 노 전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 발언이 있었는지를 명명백백히 따지자고 하는 것은 눈앞의 이익만 보는 얄팍한 수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어떻게 음원을 보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대화록 문제는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다는 데 여야 간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도대체 새누리당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대화록 카드를 언제까지 우려먹을 작정인가.

대화록 음원 공개는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에 이어 또다시 국제적으로 나라 망신을 시키는 일이다. 집권여당이 정쟁에 눈이 어두워 남북 정상의 육성을 온 천하에 공개하자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면 곤란하다. 어떤 외국 정상이 그런 나라의 정상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려 하겠는가.

검찰은 수사에 매진해 대화록 실종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면 된다. 언론을 통해 사사건건 수사 내용을 흘리는 것은 검찰 본연의 자세가 아니다.

참여정부 인사들도 대화록 문제에 대해 좀더 질서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 사건 초기 일부 인사가 했던 것처럼 정상회담에서 엔엘엘 문제는 거론조차 안 됐다는 견강부회식 대응은 곤란하다. 대화록이 실종된 경위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필요하다면 경위를 조사해서 국민에게 자세히 밝히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는 정정당당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제 모두 대화록 문제를 슬기롭게 마무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여야는 엔엘엘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확인하는 선에서 합리적인 종결 방안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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