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이석기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 자녀설’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의심까지 받으며 사실상 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모든 게 대선개입 사건으로 촉발된 국정원 개혁의 칼날을 피하고 조직을 보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란 의혹이 짙다. 그러나 국정원 쪽이 그동안 주장해온 해명들은 대선개입 사건 청문회 이후 법정 안팎에서 속속 거짓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들이 지난해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의 홍보물을 트위터를 통해 여러차례 퍼나른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이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뿐 아니라 현직 국정원 인사들도 대북심리전단의 댓글 활동이 대북심리전이란 주장을 해왔으나 최근까지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내놓은 증거 등을 통해 사실상 그 근거가 무너졌다. 원 전 원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국민 의사가 많이 반영된 게 여당이다. 많은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일하는 게 맞다”(2009년 11월20일)며 대놓고 여당을 위한 활동을 지시하고, 심리전단 회의에서도 “쫄지 말고 할 일 당당히 하라”(2012년 8월)고 댓글 활동을 독려했다. 하지만 심리전단 직원들은 이미 검찰 조사에서 이런 댓글 활동에 대해 “잘못”이라고 진술했으니, 국정원 쪽은 애초부터 자기들도 믿지 않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국민들에게 해온 셈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일부 국정원 직원이 아예 새누리당 선거캠프가 작성한 공식 지지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실어나르기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조사특위가 6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이아무개씨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대선캠프의 공식 트위터가 작성한 지지글이 여러차례 전파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씨는 박 후보 지지 댓글 작업단인 이른바 ‘십알단’ 운영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윤정훈 목사가 리트위트한 캠프 글을 다시 리트위트하기도 했다. 국정원과 여당 대선캠프의 조직적 연계 가능성까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들이 운영한 트위터 계정 402개를 확보했다니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이렇게 선거공작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국정원은 여전히 ‘대북심리전’이라는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박원순 문건’ 진위 규명을 포함해 정치공작의 뿌리를 뽑지 않고는 국정원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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