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6일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을 숨겼다고 보도한 데 대해 채 총장은 “(보도의) 저의와 상황을 파악중”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대검 대변인에 따르면 채 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검찰을 흔들고자 하는 일체의 시도들에 대해 굳건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채 총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보도를 부인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당사자가 출국했다니, 설사 맞는 내용이라 해도 당분간 진위가 가려지기 어려울 가능성도 커 보인다.
공직자는 사생활이라 해도 직무와 관련이 있는 등 사안에 따라 공론화해서 진위를 가려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그렇게 봐야 하는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가 채 총장을 못마땅해하던 차에 최근의 대선개입 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청와대 및 국정원과 검찰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있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채 총장 지휘 아래 검찰이 국정원의 핵심부를 압수수색하려다 실패하는가 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놓고 청와대 및 법무부와도 갈등을 빚은 건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보도의 배후로 국정원을 지목하는 검찰 내부의 분석이 맞다면, 또 한 번의 국정원 공작이란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채 총장이 최근 조선일보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것도 이번 보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지난 6월14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 발표 당일 일부 내용이 조선일보에 사전 유출되자 채 총장이 특별감찰을 지시했다. 그 뒤 조선은 채 총장과 검찰에 비판적인 기사와 칼럼을 실어왔다. 2009년 이만의 당시 환경부 장관의 혼외자녀 문제가 제기되자 “한국에도 공직자의 사생활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며 내부 칼럼(2009년 11월19일치)으로 다른 언론의 보도를 비판했던 조선일보가 돌연 태도를 바꿔 채 총장을 겨냥하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물론 사생활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목적을 위해 과도하게 다루는 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만일 이번 보도가 조직 차원의 보복을 노린 국정원과, 껄끄러운 총장을 바꿔치려는 정권 핵심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이뤄진 ‘공작’의 일환이라면 매우 걱정스럽다. 정상회담 대화록과 ‘이석기 녹취록’ 유출로 재미를 본 국정원이 국정을 농단하기 위해 앞으로 또 무슨 일을 꾸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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