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석화 같은 나흘간이었다. 월요일 아침 군부 핵심인 리영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을 신병 때문에 전날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시작된 북 상층부의 권력 재편극은, 그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공화국 원수’ 칭호를 받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리영호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총참모장 자리는 중국 국경지역을 담당하는 8군단장 현영철 대장이 차수로 승진하면서 이어받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재편은 김정은 제1비서의 친정체제 구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북의 이번 권력재편은 두 가지 중요한 관심사를 던져준다. 하나는 재편된 체제의 지향점이 무엇이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체제가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냐는 점이다. 우선, 지향점에서는 폐쇄와 선군주의에서 개방과 선경(경제우선)주의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숙청된 리영호가 보수적 군부를 대표하는 핵심 인물이고, 이번 권력 재편 과정에서 위상이 더욱 높아진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민간인 출신의 개혁·개방 지향세력으로 분류된다. 또 김 제1비서와 <로동신문>도 최근의 연설과 보도를 통해 선군정치에 이은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해왔다.
체제의 안정성과 관련해서도, 김 제1비서는 이번 일을 공식 절차를 통해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함으로써 안팎에 자신감과 장악력을 과시했다. 어린 나이와 경험 부족이라는 외부의 우려를 상당히 불식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의 체제 개편이 ‘내부 권력투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뒷전으로 밀린 보수 군부세력이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관찰 요소다.
이번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명박 정권의 빈약하기 짝이 없는 대북 정보력이다. 이 대통령이 리영호 해임 발표가 나온 지 이틀이 지난 뒤에야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소집해서 했다는 말이 고작 “북한의 동향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관련국들과도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라”는 것이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것도 북이 김 제1비서의 공화국 원수 칭호 부여를 발표하기 겨우 몇 시간 전의 일이다. 강경 대북정책과 구멍 난 대북 정보력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비록 임기말이긴 하지만, 북의 변화가 한반도 안정과 평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임기 안에 금강산관광 재개, 인도적 교류 및 지원의 확대를 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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