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 문제를 둘러싼 한진중공업 노사 협상이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새 노조 집행부가 들어선 뒤 두 차례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의견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엊그제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재심에서 노사 화해를 권고하고 결정을 미뤘다. 협상을 통한 노사 합의가 유일한 해법임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노사는 지난 21일 협상을 중단한 뒤 다시 만날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해고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무거운 마음을 헤아린다면 한진중공업 노사는 하루빨리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부산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이제는 내려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나흘만 지나면 농성을 시작한 지 300일째다.
지난 7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한 권고안을 받아들여 큰 틀에선 타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는 조건으로 회사가 ‘1년 안에 해고자 94명을 전원 재고용하며 그때까지 1인당 2000만원 한도 안에서 생계비를 지원하라’는 권고안은 어찌 보면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국회 환노위가 사전에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공감대까지 고려해 제시한 절충점이라는 얘기다.
한진중공업 노사가 국회 권고안의 이런 배경과 취지를 살려 협상에 나서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회사 쪽은 김 지도위원에 대한 민형사 소송을 철회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등 사태 해결 의지마저 의심케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조 또한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추가요구를 내세워 회사 쪽을 몰아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얻으려는 전략은 모든 것을 잃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면 자칫 전체 노동운동 진영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지난달 타계한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을 만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이 땅의 모든 이들도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온 김 지도위원을 만나고 싶어한다. 한진중공업 노사가 이런 간절한 희망들을 저버리지 말고 하루빨리 협상을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