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왼쪽 사진부터)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29일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인사들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사실로 판단해 관련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아직 1심 판결임을 고려하더라도,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참모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을 동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은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농락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6·13 지방선거 직전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대표) 관련 수사가 송철호 당시 여당 후보의 청탁에 의한 것이고, 청와대가 이를 위해 경찰에 첩보를 넘기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송 후보 쪽이 전달한 김 전 시장의 비위 정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재가공된 뒤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됨으로써 ‘하명 수사’가 이뤄졌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송 후보의 공약까지 조율해주고, 송 후보의 경쟁자인 다른 여권 후보의 출마를 막으려고 매수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에는 무죄가 선고됐다. 하명 수사도 비서관 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게 재판의 결론이다. 하지만 대통령비서관과 수사기관이 특정인 당선을 위해 권한을 사용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재판부는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엄중한 처벌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은 객관성·공정성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청와대 인사들의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진 피고인의 유죄를 단정해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무려 3년여 동안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내려진 결론임을 감안하면 1심 판결이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특히 문재인 정권은 전 정권에서 벌어진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검찰을 동원해 대규모 수사를 벌였다. 수사 대상 가운데는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선거 개입 행위도 포함됐다. 그랬던 정권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의 친구를 돕기 위해 버젓이 수사기관을 동원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피고인들이 앞으로 항소심 등에서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