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악 저지를 위한 제 정당-시민사회’ 토론회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책임 있게 선거제 개혁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21대 총선 이전 선거제도인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공언하는데도, 민주당은 뚜렷한 입장 표명 없이 침묵만 고수해 거대 양당의 ‘야합’ 우려가 고조되는 탓이다. 민주당은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를 만들겠다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시민사회단체와 야권 인사들이 참여한 이날 토론회에선 병립형 회귀 우려 목소리와 함께 위성정당 방지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제 개편 논의는 거대 양당의 2+2 협의체로 넘어간 뒤에는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의석수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여당과 ‘병립형 회귀’에 합의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상황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것으로,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배출한 거대 양당에 비례대표 의석마저 추가로 배분해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당 중심의 정치 독과점을 깨기 위해 21대 총선에서 도입된 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소수정당이 정당 득표율만큼 지역구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면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의 50%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 의석 47석 가운데 36석을 독식하면서 제도 취지를 무력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선거제 개혁을 주도했던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그간 추구해온 정치개혁 논의를 무위로 돌렸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여러차례 사과했고,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연동형 비례제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의지와 가치가 국정에 수렴될 수 있게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막상 선거가 코앞에 닥치니 ‘현실’을 이유로 국민과의 약속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실책에 의존하는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는 한계점에 도달했다. 민심을 반영한 다양한 정치 세력과 정책 경쟁을 하고 때로는 연합하며 정치의 효능감을 높이는 것이 정치개혁의 큰 줄기가 되어야 한다. 민주당은 168석의 제1야당으로서 최소한 위성정당 방지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