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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예비후보 등록 코앞인데…비례대표 선출 방식 아직도 못 정했다

등록 2023-11-16 06:00수정 2023-11-16 11:40

출구 안 보이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
이탄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탄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12월12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지에 관한 논의는 아직 표류 중이다. 선거제도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선거를 현행 소선거구제(지역구 1곳에서 최다득표자 1명만 뽑는 방식)를 유지하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으나,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두고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행 비례대표 선출 제도는 ‘준연동형’이다.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득표율을 연동해,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가령 정당득표율이 10%인 정당이라면 총 의석수(현행 300석)의 10%인 30석을 배분받는다. 지역구에서 그 이상 얻었다면 상관 없지만,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30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나머지의 절반(20석이라면 (30-20)/2)인 5석을 비례로 추가로 얻는 식이다. 국회는 지난 총선에서 소수정당의 국회 진출을 명분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창당해 비례의석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취지가 무색해졌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병립형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분리해, 지역구에서 몇 석을 확보하든 상관없이 정당득표율만큼 전체 비례의석(현재 47석)을 나눠 갖는 제도다. 쉽고 단순한 제도지만, 총 의석수로 환산해보면 상대적으로 정당득표율은 높고 지역구 의석은 적은 소수정당에 불리하다. 지난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정의당의 정당득표율은 9.67%지만, 의석 비중은 2%(6석)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정의당과, 제3지대 창당을 추진하는 이들은 위성정당 방지를 전제로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선거법을 어떻게 바꿔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 열심히 한 학생이 나중에 가서는 성공할 것”(9일, 페이스북)이라며 준연동형 비례제에 한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제도의 명분이나, 지난 총선 때 위성정당 창당으로 비판받은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 쪽에 서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선거제 개편 관련 국회 전원위원회에서도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경우 준연동형 비례제와 함께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국민의힘 태도가 완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지도부가 내년 4월 총선 코앞까지 결정을 미루다, 막판에 국민의힘과 병립형 비례제로 ‘짬짜미’하기로 마음먹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된다. 최근엔 두 당 원내대표가 ‘국회의원 정수(현재 300명)부터 먼저 정하고, 가장 쟁점이 되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 논의는 나중으로 미루자’고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나오자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의원총회에서 “(그런 내용은) 합의한 적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이 다시 위성정당을 내더라도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을 거다. 민주당은 국민을 믿고,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이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의원 30명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만들어낸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를 당론으로 국민 앞에 재천명하는 것으로 총선을 시작해야 한다. 증오 정치와 반사이익 구조라는 낡은 정치를 깨는 것이 가장 좋은 총선 전략”이라며 “국민에게 약속드린 정치개혁을 이루려면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움직임에 홍 원내대표는 한겨레에 “다음달 예비후보 등록일 전에는 여야 협상을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 선거제와 관련한 여러 안을 검토하고,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안으로 추인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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