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를 방문해 열차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김포 이외에 ‘서울 생활권’에 해당하는 서울-경기 접경 도시들도 편입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행정구역 개편은 이해 당사자가 수백만명이고, 밟아야 할 절차도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도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군사작전하듯 느닷없이 꺼냈다. ‘메가시티’ 운운하며 무슨 원대한 구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무책임한 총선 득표 전략으로 보일 뿐이다.
김 대표의 발언은 김포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나왔다. 김 대표가 김병수 김포시장의 서울 편입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 문제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은 하루아침에 몇 사람이 뚝딱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주민 개개인의 주거와 직장, 학교 등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이해관계도 다양한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해야 마땅하다.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도 당연하다. 하지만 김 대표와 김 시장은 이제부터 간담회 등 여론 청취에 나선다고 한다. 김포시와 서울시의 논의도 다음주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급조됐는지를 알 수 있다.
김 대표는 김포 말고도 편입 검토 지역이 더 있는 것처럼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구리·하남·광명·부천 등 구체적인 이름까지 흘리고 있다. 거론된 곳은 물론 인접한 다른 지역들도 벌써 들썩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노리는 대목이다. 현재 거론되는 지역의 국회의원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은 2020년 총선에서 경기도 총 59개 의석 가운데 7석을 얻었을 만큼 취약했다. 게다가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며 내년 총선의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되자 서울 편입론을 띄워 주민들 마음을 돌려보겠다는 계산이다. 서울 편입으로 집·토지 등 부동산값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를 한껏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급조된 서울 편입론은 과거 투기판의 대명사인 ‘떴다방’을 연상시킨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려면 편입안 제출, 경기도·서울시의 동의, 국회의 특별법 의결 등을 차례로 거쳐야 가능하다. 도저히 총선 전에 매듭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당 주민들에겐 희망고문이 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바람을 잡고 있다. “김포 서부권이 잘만 하면 제2의 판교가 될 수 있다”는 김 대표의 말에서 그 속내와 의도가 훤히 보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