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충돌 엿새째인 지난 12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한 지상군 투입을 천명한 이스라엘이 최대 규모의 가자지구 침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본격화되면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진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를 포함한 아무 죄 없는 민간인들의 인명피해가 극에 달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예고된 인도주의적 참사를 중단시켜야 한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에 앞서 정규군 16만9500명, 예비군 36만명을 모았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스라엘은 지난 11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남쪽으로 피하라고 통보한 데 이어, 14일 육해공군 합동 하마스 괴멸 작전을 선언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유엔 등이 전면 공격 연기를 촉구하나, 이스라엘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서 치료 중인 2천여명의 환자들에게 피란 요구는 “사형 선고”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안전보장 대피 통로 중 한곳에 폭격을 가해 피란에 나섰던 주민 70여명이 숨졌다. 임산부와 노약자 등은 피란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이미 전기·가스·식수를 모두 끊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이스라엘군은 교전 규칙을 완화해 병사들이 적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쏘기 전 확인 절차를 줄였다고 한다. 인구가 밀집한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하마스와 일반 시민이 뒤섞여 민간인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정상들과 통화하며 민간인 피해 최소화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논의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확전 방지”를 강조하며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외교장관을 만나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도 통화했다. 그러나 미국은 휴전을 제안하지 않고, 이스라엘의 지상전에도 뚜렷한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미 국내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그러니 말로만 ‘민간인 살상 방지’를 이야기할 뿐, 항공모함 파견 등으로 사실상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을 돕는 꼴이다.
음악축제에 참석한 일반 시민들을 표적 삼아 무차별 난사하고 인질로 끌고 가는 등 하마스의 행위는 어떤 명분을 들이대더라도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다. 그러나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목숨을 아랑곳 않는 이스라엘의 대규모 지상전 또한 용인할 순 없다. 전쟁 중이라도 민간인 살해는 전쟁범죄로 처벌받는다. 일반 시민들이 더 이상 ‘피의 보복’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