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당 관계자가 출입문을 닫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폭풍으로 들썩이고 있다. 집권 세력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확인되면서 당 안팎에서 쇄신 요구가 분출되고 있지만, 당 지도부 가운데 누구도 자신의 책임을 언급하는 이가 없다. 특히 이번 선거가 윤석열 정부 심판 성격이 강한데도, 민심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할 여당은 ‘대통령 책임론’에는 한마디도 못 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1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 일정을 취소하고 최고위원들과의 일대일 면담에 나섰다. 김 대표는 애초 이날 혁신위원회 격인 미래비전특별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발족, 총선기획단 조기 출범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쇄신 의지 부족’이라는 당내 반발에 부딪혀 보류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전날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며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면서도 책임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직을 상실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재공천한 것이 직접적인 패배 요인으로 꼽히는데도, 공천 사무 및 선거 전략을 총괄한 ‘윤핵관’ 당직자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오히려 당내에선 강서구가 국민의힘에 ‘험지’이고, 기초단체장 선거에 불과하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에 주문했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남 이야기하듯 한다. 국정 기조 변화와 인적 개편 등 전면적 쇄신 요구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채 봉합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쇄신 없는 조기 총선체제 돌입이 대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윤심’을 업고 간신히 꾸려진 현 여당 지도부는 출범 이후 대통령실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 애초 무공천 방침을 뒤집고 윤 대통령 뜻에 따라 김태우 전 구청장을 재공천한 것 역시 ‘출장소 지도부’의 한계였다. 윤 대통령의 배타적 리더십과 이념 과잉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할 뿐, 민심을 전달하는 역할은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참패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대통령에겐 한마디도 못 하는 모습이 현 위기를 상징한다.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혁신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혁신안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번 보선 참패는 국민들의 ‘1차’ 경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