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여당 의원과 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전날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여당 의원들과 김 후보자가 속개 예정 시간 후에도 돌아오지 않아 정회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7일 임명했다. 특히 신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이견으로 보고서 채택 자체가 불발됐음에도 국회 재송부 요청 기한(이틀)인 6일이 지나기 무섭게 주말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 결과와 상관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벌써 18명으로 늘었다. 지난 5일 국회 청문회장을 무단이탈한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같은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행 후보자는 국회 청문절차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지난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자기 마음대로 퇴장한 사례는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인사청문 제도 자체를 대놓고 부정하는, 안하무인의 행태다. 청문회를 주재한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사퇴하든지”라는 말이 발단이 됐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김 후보자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전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청문회에서 다 밝히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놓고, 정작 청문회가 열리자 무조건 사실이 아니라고 우기다 결국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런 행동이 가능한 것은 윤 대통령 때문이다. 청문회 결과가 어떻든 임명을 강행하자 후보자들도 긴장하지 않는다. 임명장은 어차피 받게 될 테니 통과의례에 불과한 인사청문회는 대충 버티면 된다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김 후보자는 가장 극적인 사례일 뿐이다. 대통령실은 최근 들어 국회 재송부 요청 시한을 길어야 사흘, 통상 이틀로 단축했다. 국회의 재논의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청문회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도 반복돼온 ‘국회 무시-청문회 패싱’의 연장선에 있다. ‘그깟 청문회쯤’이란 오만이 35년 만의 부결을 초래한 것이다.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켰다”는 대통령실 논평은 국민이나 국회 눈높이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국회 청문회는 야당의 허가를 받는 절차가 아니다.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객관적으로 검증받는 자리다. 이를 무시하고 ‘묻지마 임명’을 밀어붙이면 그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 무능, 부적격한 고위직이 정부에 보탬이 될 리도 만무하다. ‘후보자’ 꼬리표를 떼자마자 “응징, 응징”을 외치는 신 장관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기어코 19번째 ‘청문회 패싱’을 감행할 작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