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지난 달 2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6일 본회의를 열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를 표결한다. 이 후보자가 6년 임기의 사법부 수장으로서 적임자인지를 판정하는 최종 절차인 것이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결 기류가 강한 만큼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부결 투표를 당론으로 정할지만 남겨둔 상황이다.
이처럼 표결 전망이 어두워지자 국민의힘은 ‘사법부 공백=국민 피해’ 논리로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지난달 24일 이후 대법원장 자리가 비어 있어 자칫 공백이 길어질 경우 재판 지연 등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정부·여당 발목잡기”, “사법부 마비”라는 비난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후보자도 5일 예정에 없던 입장문을 내어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재판과 인사 등) 여러 주요한 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준 투표에서 가결시켜달라는 말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미 너무 많은 흠결로 부적격자임이 드러났다. 재산신고 누락, 증여세 탈루, 농지법 위반, ‘아빠 찬스’ 등 역대 어느 대법원장 후보자에게도 없던 의혹이 줄줄이 제기됐다. 어느 하나만 문제가 돼도 대법원장은 고사하고 하위 공직을 맡기에도 부적절한 내용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19·20일 이틀간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고 입법부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럼에도 청문회 내내 “나는 몰랐다”며 뭉개거나 앞뒤가 어긋나는 해명으로 모면과 회피에만 급급했을 뿐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죄송하다”고 사과했으나, 늦었다. 이 후보자를 가리켜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한 대법원장 적임자”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명사는 허언이 됐다.
만약 국회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다면 1988년 노태우 정부 때 정기승 후보자 이후 처음이다. 이 ‘35년 만의 공백’이 야당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의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생각하면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표결이 요구된다. 특히 차기 대법원장은 윤 대통령 임기 동안 거의 대부분이 바뀔 예정인 대법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3분의 1의 임명 제청권을 행사한다. 각급 법관 임명도 전적으로 대법원장 몫이다. ‘부적격자의 6년’을 인내하는 것보다 적격자를 찾기 위한 잠시의 공백이 국민을 위해서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