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4대 그룹 전경련 재가입 규탄 및 전경련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6년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청와대의 요구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회원사들이 거액의 출연금을 내는 데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4대 그룹은 정경유착과 결별하겠다며 전경련을 탈퇴했다.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모델로 한 기업인 단체로 정치권력과 부정한 거래를 하는 창구 구실을 해온 전경련은 이때부터 사실상 활동을 멈췄다. 경단련이 일본경영자단체연맹과 통합했듯 전경련도 발전적으로 해체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전경련은 그 길을 회피하고 버티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마침내 부활에 성공했다.
전경련은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산하 연구조직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통합했다. 이런 꼼수로 4대 그룹의 재가입이 자동으로 실현됐다. 한경연 회원으로 남아 있던 4대 그룹 15개 계열사가 한경협 회원이 된 것이다. 삼성증권이 이사회에서 한경협에 합류하지 않기로 의결했을 뿐, 다른 곳은 ‘사실상 전경련 재가입’을 거부하지 않았다.
한경협 새 회장에 취임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취임사에서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경영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자는 뜻은 응원할 일이다. 그러나 전경련 부활이 왜 필요한지 납득할 만한 설명은 없었다. 한경협은 설립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전경련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고쳤다고 설명하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경협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부정 축재자라 하여 기업인들을 구속하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 등 기업인들이 군사정권에 협력을 약속하고 풀려난 뒤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만든 ‘경제재건촉진회’가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전경련 부활은 윤석열 정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당선자 시절 윤 대통령은 경제단체장들과의 오찬을 전경련이 주선하게 했다. 전경련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여 ‘국민 지지가 높다’는 자료를 발표하는 등 윤 대통령 지원에 적극 나섰다. 지난 2월엔 윤석열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병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조직 부활을 이끈 김 직무대행은 상임고문으로 남는다고 한다. 누가 봐도 독립한 경제단체의 모습은 아니다.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전경련 회귀로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