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4대 그룹이 억지로 가입한 건 아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새 회장으로 22일 공식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4대 그룹의 가입을) 유도하지 않았다”며 “전경련도 필요에 의해 합병했고 회원사도 다시 들어올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쇄신을 강조했다.
전경련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이날 총회를 기점으로 국정농단 사건 이후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의 15개 계열사가 한경협에 새로 가입하게 됐다.
류 회장은 2001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류 회장이 이끄는 풍산은 방위산업체로, 재계 순위는 70위권이다. 류 회장은 고 류찬우 풍산 창업자의 2남2녀 중 차남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으셨는데 소감은?
“먼저 큰 책임감이 들고 어깨가 무겁습니다.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마지막 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장직을 맡기로 했습니다.”
―정경유착으로 탈퇴했던 4대 그룹이 재가입했는데.
“각 회사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저희가 이번에 통합하면서 회원으로 남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삼성증권은 빠졌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대 그룹도 저에 대한 신임이 있어서 복귀한 것이 않니겠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큰 책임감을 가지고 그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윤리위원회를 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정경유착 근절 핵심 방안인 윤리위원회 구성은?
“먼저 일단 위원장을 내정했는데, 다른 위원분들까지 선임을 마친 후 한꺼번에 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명단을 보시면) 아마 실망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4대 그룹 가입에 대해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비판이 많은데 어떻게 설득하겠나?
“과거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의 잘못을 할 수 있기에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런 사건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장치를 만들겠습니다’고 설득하면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하면서 끌어나갈까 합니다.”
―국정농단 이후 전경련이 장기간 표류해 왔는데 당시 회장단으로서 아쉬운 부분은?
“우리가 내부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안 돼 있어서 그런 사건이 터졌다는 게 제일 부끄럽다. 그런 과정을 직접 봤기 때문에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윤리위원회를 완벽하게 만들고 모든 중요한 사항은 윤리위원회를 거치도록 해서 그런 사태가 다시는 안 나도록 장치를 만들 것입니다.”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이 고문직을 맡으시나?
“지난 6개월 동안 일을 많이 하셨다. 아이디어도 좋고 산업 쪽에 굉장히 지혜가 많으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인 출신이라는 배경보다는 사람 그 자체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과거에 정치를 했다 안했다는 것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고문으로 모시면서 제가 필요한 게 있으면 자문도 구하고 그렇게 하려고 그럽니다.”
―삼성 등 4대 그룹과 어떻게 관계를 풀어나갈 생각인가
“삼성을 포함해 4대 그룹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입니다. 큰 대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필요한데, 그동안 4대 그룹이 빠져 있어서 그런 채널이 없었습니다. 이제 4대 그룹이 합류해서 같은 회원사로서 대화도 같이 하고 어려운 부분을 공유하면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최근 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이 조성한 미래기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가 앞으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앞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큰 기금은 전부 윤리위원회를 거칠 것이고, 만약 윤리위원회에서 반대하면 추진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고자 합니다.”
―한경연 회원 지위를 승계하는 방식으로 4대 그룹 가입을 유도했다는 비판이 있는데.
“필요에 의해서 저희가 이번에 합병을 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것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복귀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렸고 지금 아직도 마지막 단계에 있습니다. 전경련도 필요에 의해 합병을 했고, 거기에 회원사로서 자연스럽게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지, 억지로 진행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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