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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해병 수사 외압 의혹, 군검찰 맡겨선 의구심만 커질 뿐

등록 2023-08-13 18:39수정 2023-08-16 11:43

고 채아무개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고 채아무개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군 검찰단 출석이 예정됐던 박 전 수사단장은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4일 국방부 검찰단에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하기로 했다. 박 대령 법률대리인은 13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이므로, 수사 계속 여부 등에 대해 수사심의위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검찰수사심의위는 2021년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이후 군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외부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심의위가 군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고위층 감싸기’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지금 국방부 수뇌부와 검찰단이 박 대령을 항명 수괴로 몰아가는 행태는 누가 봐도 무리하고 이상하다. 심의위의 객관적 검토를 통해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심의위 소집 요청에 지체 없이 응해야 한다.

국방부 검찰단 수사의 적절성 여부를 가리는 동시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론을 뒤집으려는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는지 또한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박 대령은 지난 11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사단장과 여단장을 뺀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라는 수사 축소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수사기관이 아닌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로부터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적법하지 않은 요구를 여러 차례 받고 거부했지만,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달라는 요구에 응한 직후 국방부의 수사 외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이 이를 뿌리치고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자, 국방부는 이튿날 박 대령을 입건했다. 국방부는 박 대령이 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고 주장하지만, 박 대령은 “직접 장관 결재까지 받았고, 이후 장관의 이첩 대기 명령을 직간접적으로 들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장관 공식 결재 뒤 갑자기 기류가 바뀐 이유가 뭔지, 이첩 보류 지시가 공식 라인을 통해 적법하게 전달됐는지 등 핵심 의혹을 투명하게 조사해야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신뢰를 잃은 국방부 검찰단이 아니라 특별검사 등의 중립적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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