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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채 상병 사망 수사 축소 “외압”, 국방부는 무엇을 감추고 싶은가

등록 2023-08-11 18:27수정 2023-08-16 11:50

지난달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실종자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다 숨진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11일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으로부터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 과실이 있는” 대대장 이하로 혐의를 한정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해병대 지휘부의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한 조사보고서를 지난달 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지난 2일 이를 경찰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 지휘부의 이름과 혐의 내용을 빼라는 상부의 지시가 수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사건 축소 의혹과 관련해 국가안보실 개입설까지 나오는 가운데, 박 대령은 국가안보실 요구를 받고 자료를 안보실에 넘긴 사실도 이날 재차 확인했다.

국방부와 해병대 사령부는 ‘진실 공방’으로 몰아가려 하지만, 응당 책임져야 할 고위 지휘관들을 감싸고 있다는 의혹이 크다. 국방부는 경찰에 이첩된 사건 서류를 회수했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을 수사하도록 했다. 사건 축소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자 ‘항명죄’를 덮어씌우려는 것처럼 비친다. 박 대령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한다고 했다.

국방부 주장대로, ‘법리 검토’에서 국방부와 수사단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해당사자 격인 국방부가 개입해 수사 ‘축소’ 방향으로 움직이라고 하는 건 누가 봐도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재 군사법원법은 ‘범죄가 의심되는 군 사망 사건’의 경우, 민간 검·경이 수사하도록 하고 있다. 2021년 군 성폭력 피해자인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군의 제식구 감싸기 때문에 억울한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수사보고서 경찰 이첩을 막고,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수사하도록 한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나며, 과거 회귀 행태다.

채 상병은 군 상부의 지시로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급류 속에 무리하게 투입돼 숨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잘못된 지시를 한 상부의 책임을 묻는 건 수사의 기본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고위층은 놔두고 현장 간부에게만 책임을 다 덮어씌우고 끝내려 하는가. 늘 그렇듯 이번에도 군은 현장 군인은 보호하지 못하고, 상부 보호에만 급급한 것인가.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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