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초등학교 교사 사망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에 대한 교육당국 합동조사 결과가 지난 4일 나왔지만 새롭게 규명된 것이 없다는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사건 직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겠다며 합동조사에 착수했지만, 대부분 의혹을 경찰 수사로 미뤄두면서 ‘용두사미 조사’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전국초등교사노조는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내놓은 결과라고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하다. 합동조사단이 해야 할 일은 해당 학교가 낸 가정통신문 내용의 사실 확인이 아닌 고인의 업무상 고충을 면면히 공개하는 것이어야 했다”며 재조사를 촉구했다. 전국 교사 4만명은 지난 주말에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실제로 합동조사 결과의 대부분은 학교 쪽이 고인의 사망 직후 냈던 입장문과 언론보도에서 제기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올해 3월 이후 고인의 학급 담임 교체 사실이 없었다거나, 해당 학급에서 올해 학교폭력 신고가 없었으며, 학급 내 이른바 ‘연필사건’ 이후 고인이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등의 단순 사실 확인에 불과하다. 연필사건 학생의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된 경위나 담임 자격 시비와 같은 폭언이 있었는지 여부, 학교 쪽이 연필사건을 원만히 중재했다고 한 7월13일 이후에도 추가적인 학부모 민원이 있었는지 등 정작 규명이 필요한 의혹에 대해서는 새롭게 밝혀낸 것이 하나도 없다.
무엇보다 합동조사 결과에는 고인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학교나 학교장의 책임은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쏙 빠져 있다. 고인은 연필사건 학생뿐 아니라 다른 2명의 부적응 학생으로 인한 고충이 적지 않았고, 모두 10차례나 학교 쪽에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이유로 상담 요청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학교 쪽은 고인에게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거나 학부모에게 심리검사 또는 상담을 받을 것을 권유하라고 조언하는 정도에 그쳤다. 학교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대신 개별 교사에게 책임을 지운 정황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학교 쪽은 지난달 최초 작성한 입장문에서 연필사건이 원만히 해결된 것처럼 언급했다가 해당 내용을 삭제했는데, 애초 어떤 의도로 작성한 것인지 규명될 필요가 있다. 교육당국은 재발 방지 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