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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사 유족 “경찰, 개인사 몰아…학부모 민원 형언 못 할 고통”

등록 2023-07-28 17:18수정 2023-07-29 13:07

“학교 쪽은 입장문에 ‘연필 사건’ 누락”
1학년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많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스티커와 조화가 놓여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1학년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많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스티커와 조화가 놓여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의 유가족이, 사건 초기 경찰의 대응에 의문을 제기했다. 교육청 보고서 등을 통해 고인이 학부모 ‘악성민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사건 초기 경찰이 개인신상 문제로 몰아가려 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28일 유가족은 입장문을 내고 “서울교육청 보고서를 보면 (학부모 민원 등으로 힘들어했다는) 동료교사들의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고인은 연필사건 이후 관련 학부모의 전화와 악성 민원에 집중적으로 시달리며 말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았다”며 “이 사건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은 “경찰은 왜 학교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신상 문제로 방향을 몰아 언론사 등에 흘렸는가 의문이 든다”며 “심지어 유족들에게도 개인신상 문제로 몰아 유족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 매체는 고인의 일기장을 단독 입수했다며 이를 근거로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 연인과의 관계 문제 등이 있다는 것처럼 보도해 유족의 반발을 샀다. 유가족이 “경찰이 언론사에 흘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일기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가족은 학교 쪽이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면서 이른바 ‘연필사건’을 누락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고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달 이른바 ‘연필 사건’으로 인해 학교 쪽에 상담을 요청했었다.

연필 사건은 ㄱ학생이 ㄴ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두드리다가 ㄴ학생의 이마가 긁힌 사건인데, 고인의 상담기록에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적혔다. 유족의 주장대로 고인이 학부모 민원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가족의 문제제기에 서울 서초경찰서는 “일기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숨진 교사와 관련해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해선 사실관계 등을 면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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