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임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29일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 자리 두곳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의 임명이 유력하다고 한다. 정부에 속하면서도 독립적인 기능과 역할이 필수적인 두 위원회의 위상을 고려하면, 두 사람은 이 기관의 수장을 맡을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방통위를 별도 기관으로 둔 것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공성과 공익성 보장을 위해서다. 방통위법에도 그렇게 명시돼 있다. 방통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수장인 위원장이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한데, 이 전 수석이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한국방송>(KBS) 인사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과 증거가 새롭게 드러났다. 이 전 수석이 한국방송 내 ‘좌편향 인사’ 색출을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결과를 문건으로 보고받았고, 이후 해당 간부 등이 실제로 인사에서 배제된 사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수사·재판 기록에서 밝혀졌다고 <경향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고사하고, 길들이기와 장악에 나섰던 셈이다. 이런 사람을 방통위원장에 내정한 사실 자체가 방송계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또 권익위는 정부와 부닥칠 일이 많다.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부패 예방과 부패행위 규제 등 일종의 ‘워치도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익위법에도 위원장은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가려 뽑으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고검장은 윤 대통령과 지나칠 정도로 가깝다. 대검 중수부장 시절 윤 대통령을 중수2과장으로 거느린 직속 상관이었다. 감시자 역할에 전혀 맞지 않는다. 더욱이 김 전 고검장은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다스-비비케이(BBK) 의혹’ 수사 책임자로서 면죄부를 줘 ‘엠비 대통령’ 탄생의 길을 열어준 인물이다. 차기 권력에까지 줄을 섰던 전력에 비춰볼 때 권익위 수장으로서 기대할 것이 없다.
두 사람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 적극 참여해 당선을 도왔다. 이 전 수석은 인수위에도 참여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보은 인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강한 독립성이 요구되는 두 기관의 수장으로는 부적격하다. 그럼에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윤 대통령은 방송 장악과 권익위의 수사기관화를 목표로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