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2일 이른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의 배후라며 ‘86(60년대생·80년대 학번) 운동권 세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고 나섰다. 양쪽이 유착 관계를 형성해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공교육 범위 내 출제’ 발언이 일으킨 혼란을 수습하기는커녕 적극 비호하며 교육 문제마저 정쟁 소재로 삼으려는 노골적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에서 초고난도 문항(킬러 문항)의 출제 금지를 공약했고, 민주당 소속 의원은 관련법도 발의했는데 이는 교육개악법인가”라고 비판했다. 쟁점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이고, 갈라치기와 정쟁 유도를 위해 계산된 발언이다.
대선에선 수능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어떤 현안도 의제로 다룰 수 있다. 되레 장려할 일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내용보다도 시점과 절차의 부적절함 때문이다.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기본 출제 방향을 흔드는 발언을 불쑥 꺼내 수험생과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대통령 발언을 비호하기에 급급했다.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민심의 전달자’, ‘건강한 당-정-대(대통령실) 관계’ 운운했던 자신이 무색하게 됐다.
그뿐이 아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운동권 세대가 사교육 시장을 주도하고, 이들과 민주당의 교류가 상당하다”며 “수능 정시를 늘리자는 민주당 주장의 배후에 사교육 시장을 이끄는 운동권 출신들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요컨대 사교육 시장과 민주당 양쪽의 운동권 출신들이 손잡고 수능 정시 확대를 추진하며 이익을 나눠 갖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사교육 시장을 좌파가 장악했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윤 대통령이 느닷없이 제기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 비판은 결국 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통령의 발언을 뒷받침한다며 ‘학교교육·대입정상화 특별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얼마나 급조했는지 위원장 외에 부위원장과 위원, 첫 회의 일정이 모두 공백 상태다. 예부터 ‘백년 대계’라고 한 교육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뤄서는 국민 불신만 자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