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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사고·일제고사로 줄세우기, 역주행하는 교육정책

등록 2023-06-21 18:42수정 2023-06-22 14:10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25년부터 일반고로 일괄전환하기로 했던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를 포함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하고, 이들 전체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참여하도록 시도 교육청에 적극 권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학교, 학생 간 줄세우기로 경쟁을 외려 심화시키는 정책들이어서, 교육정책이 전반적으로 비교육적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공교육의 질이 하락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하여 교육정책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라며 “평균 수준의 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사고 존치 방안 등을 내놓게 된 배경을 설명한 것인데, 공교육 약화의 원인을 획일적 평등주의로 지목한 정부의 상황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앞서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은 고교 서열화를 초래하고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는 이유로 폐지가 결정된 바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부여한다는 본연의 취지는 사라지고 입시경쟁에 최적화된 학교로 전락했다는 것이었다. 이런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났는데도 다시 고교 유형 다양화만 외칠 일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사고 존치는 대입뿐 아니라 고입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사교육 경감 정책 기조에도 어긋난다.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 정원의 20%를 지역인재로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으로 성적 상위권 학생 쏠림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사실상 일제고사를 부활시키려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시도 교육청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지만,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 평가와 학습지원담당교원 배정에 이를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전수평가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금까지와 달리 더 많은 성취율 자료가 제공될 예정이어서 새로운 경쟁 유발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 일제고사는 학교 간 경쟁을 과열시켜 학교 수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등 부작용을 낳은 바 있다.

자사고와 일제고사는 과거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 많은 부작용을 낳은 끝에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교육 수장을 지냈던 이주호 장관이 아무런 성찰도 없이 다시 그때로 돌아가려 하니 우려가 크다. 대통령만 바라보며 교육정책을 짜다 보니 퇴행적 행보에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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