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왼쪽)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감사원 감사위원회의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개인 비위 혐의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부터 장장 10개월 동안 계속된 전 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결과를 보고받고, ‘책임을 물을 만한 사안이 없다’고 결론 낸 것이다. 처음부터 이 감사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을 몰아내기 위한 무리한 감사라는 비판이 많았다. 감사위 결정은 이를 확인한 셈이다.
감사원장 포함 7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는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다. 지난 1일 감사위는 전 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결과를 심의하느라 이례적으로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감사위원 6명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됐다고 하나, 깊은 논의와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 결론이 내려졌다는 건 감사원이 전 위원장 혐의 입증에 실패했음을 뜻한다. 애초 전 위원장 혐의 내용도 지각, 보도자료 작성 개입 정황, 간부 탄원서 제출 등이었다. 감사원이 장관의 이런 일거수일투족까지 전력을 다해 감사하는 건지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감사원은 감사위 결과가 2일 언론에 보도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뿌렸다. 보도 내용 중 ‘부결’ 등 일부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인데, 감사위 표결 내용은 거론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전혀 사실이 아님’이라고만 주장했다. 감사위 결정에 불복하는 듯하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에 대해 네가지 혐의를 두고 특별감찰을 시작했다.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자, 조국 전 장관 사건 유권해석 관여 여부까지 감찰 대상을 확대하고, 감사 기간을 연장, 재연장하며 그야말로 먼지털기식 감사를 이어갔다. 이 모든 일을 주도하는 유병호 사무총장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제보”, “사안이 심각하다”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유 총장은 지난 1일 감사위 결정에 분노를 터뜨리는 등 거칠게 반응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직자의 태도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감사원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아무 데나, 아무 때나 감사의 칼을 들이댄다. 최근에는 내부 비리가 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감을 추진하다 논란을 자초했다.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는 법적으로도 문제지만,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편향된 감사원이라면 그 감사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최재해 감사원장은 국회에서 감사원을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정치적으로 오염된 감사는 결코 정권에 도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직무상 독립이 강조되는 헌법기관인 감사원이 돌격대처럼 비치는 이유가 뭔지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