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정의당 간부가 골프장에서 촬영해 공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라고 밝힌 전우원씨가 연일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의 비리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자금과 관련한 언급은 충격적이다. 일가가 출처 불명의 ‘검은돈’으로 호화롭게 살고 있고, 자신에게도 거액을 상속했었다고 한다. 법원에서 확정된 이른바 ‘전두환 비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미납 상태에 있는 만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손자 전씨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큰아버지는 주로 미디어, 자신의 아버지는 부동산, 작은아버지는 미국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규모가 각기 수백억원대에 이른다고 했다. 손자 전씨는 아버지의 형제들이 “말도 안 되게 많은 돈이 필요한 사업들만 골라서 진출했다”며 돈의 출처를 서류상 ‘지인’들의 재산으로 은닉해 놓은 전두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자신도 수혜자라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몇십억원대 주식과 지분을 넘겨받은 바 있다며 관련 기업의 이름을 적시하는가 하면, 중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최소 10억원 이상의 “깨끗하지 않은 돈”을 받아 풍족하게 생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이순자씨)가 연희동 자택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 계좌로 학자금을 지원해줬다”는 불법 외화 송금 의혹도 제기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연희동 (할아버지) 자택 금고 안에 엄청난 비자금이 있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그냥 흘려넘길 얘기가 아니다.
전두환씨에게 1997년 확정된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지난해 10월까지 환수한 금액은 58%(1279억원)에 불과하다. 2021년 전두환씨가 사망한 뒤론 나머지 900억원의 행방이 한층 묘연해졌다. 한데 ‘내부 고발’에 해당하는 손자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1996년생인 손자 전씨가 말하는 일가의 재산은 판결 확정 뒤 검찰의 추적을 피한 검은돈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손자 전씨의 말에 일부 전언이나 추측이 섞여 있긴 하지만, 내용이 매우 상세하다. 관련 당국은 진실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