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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동의 질 악화 우려 키우는 윤석열표 고용정책

등록 2023-01-30 18:56수정 2023-01-31 02:38

정부가 앞으로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구직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을 전환하기로 한 가운데 3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앞으로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대신 구직자의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자리 정책을 전환하기로 한 가운데 3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0일 실업급여 수급을 지금보다 더 까다롭게 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현금 지원’에서 ‘구직자의 취업 촉진’으로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청년·여성·고령자 등 정책 대상별 고용률 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고용률을 높이는 데 급급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고 취약계층을 저임금의 늪에 빠지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고용정책 기본계획은 실업급여와 저임금 노동자의 근로장려금(EITC) 등 공공 지원 축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먼저 실업급여 의존을 막기 위해 반복 수급자의 실업급여 액수를 줄이기로 했다.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더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원의 문턱을 높여 실업급여를 둘러싼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의도다. 기초생활수급자를 고용정책인 국민취업지원제도에 편입시켜 적극적 구직 노력 의무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대신 구직자들에게 취업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주는 고용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고용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실업급여의 누수를 막는 것은 필요하다. 취약계층을 노동시장에 참여시키겠다는 구상도 나무랄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등 산업의 이중구조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마치 실업이 ‘구직자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인 양 몰아가서는 곤란하다. ‘일자리 미스매치’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소기업, 하청업체 등의 열악한 노동 여건이다. 정부의 고용정책 변화가 현장에서 ‘아무 데나 일단 취업하라’는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노동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에서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노동부는 이런 ‘취업 촉진’ 정책을 통해 청년·여성·고령자의 고용률을 2027년까지 2021년보다 5%포인트씩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고용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고용률 목표 달성에만 매달릴 경우, 노동 취약계층이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만일 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명분으로 저임금 노동자 예비군을 양산하겠다는 의도라면 대단히 구시대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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