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실업급여 창구를 찾은 구직자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기도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11년차 직업 상담원 강민영(가명)씨는 현장에서 느낀 구직자와 일자리, 고용 서비스의 관계를 ‘악순환’이라고 표현했다. “소개할 수 있는 일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환경도 열악한 경우가 많아요. 구직자의 도덕적 해이도 없지 않지만, 일자리가 사람 귀한 줄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임금에 뼈 빠지게 일하느니 실업급여 받겠다는 마음도 이해돼요.”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구직자가 실업 급여 창구로만 몰리고, 수급 자격을 따지느라 본연의 업무인 상담·직업 훈련 등 고용 서비스는 뒷전으로 밀린다. “일자리는 열악하고, 실업급여를 찾는 구직자는 늘고, 그럴수록 고용 서비스 업무는 제대로 못 하는 악순환이죠.”
고용노동부는 29일 급여 지급 중심의 고용 정책을 고용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용 서비스 고도화 방안’(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 서비스는 취업 지원, 직업 훈련, 급여 연계 등 종합적으로 구직자의 취업을 상담하고 알선하는 제도다. 구직·채용 정보를 투명하게 중개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줄이는 고용서비스는 중장기적인 고용 시장 안정에 유리하다.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에 고용서비스 고도화를 포함했다.
다만 정부는 고도화 방안에서 ‘실업급여 수급자의 구직활동 촉진과 모니터링 강화’를 세부 실천과제 첫 머리에서 강조했다. 일자리 미스매치에 있어 기피하는 일자리의 열악한 여건보다 실업 급여에 의존하는 구직자의 태도를 더 중요한 문제로 짚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실업인정 재취업 활동 기준 강화방안’에 따라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등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실업급여 부정 수급 특별 점검을 지난해 1회에서 올해 2회로 늘리기로 했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복 수급자의 경우 수급액을 감액하거나 대기 기간을 늘리는 실업급여 제도 개선안도 올해 상반기 마련한다. 이를 통해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 중 재취업률을 지난해 26.9%에서 3년 내 30%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전문가와 현장 상담원들은 실업급여 수급을 통제하고 취업률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 방향이 낳을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업급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직업 탐색 기간을 보장해 급하게 열악한 일자리로 취업하는 것을 줄이는 데 있다”며 “짧은 수급 기간은 열악한 일터에서 반복적인 실업으로 이어져 반복 수급의 가능성을 오히려 높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자리의 질과 관련해 ‘기업 도약 보장 패키지’를 통해 기업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일자리 미스매치의 배경으로 꼽히는 불균형한 산업 구조와 이로 인한 중소기업의 열악한 일터 환경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인식은 방안에 담지 않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고용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1대1 심층 상담을 통해 직업 훈련과 취업을 연계하는 ‘구직자 도약 보장 패키지’를 확대하고,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상담사의 전문성도 재교육을 통해 강화하는 계획을 내놨다. ‘고용 24’ 누리집을 만들어 고용 서비스를 한 곳에서 신청하고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고용서비스의 질을 높이기까지 현실적인 걸림돌을 지적했다. 1998년부터 부산 지역의 고용센터에서 일해 온 한 직업상담원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고용 서비스 개선안을 내놨지만 전문 인력은 적고 업무는 가중되고, 상담원의 권한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해 구직자 한 명 한 명을 상담하고 적절한 일자리를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고도화 방안에는 상담 인력 확충 등의 내용은 따로 담기지 않았다. 대신 민간 고용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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