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월11일 오전 ASEAN 관련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현재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인 당대표 선출 방식을 ‘당원투표 100%’로 바꿔 내년 3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하고, 당헌·당규 개정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18일 <한겨레> 보도를 보면, 비대위는 애초 계획했던 당내 룰 개정 선호도 조사마저 생략하고 이번주 안에 비대위 의결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는 민심이 배제된 채 당심만으로 선출되게 된다. 민심에서 크게 앞서는 유승민, 안철수 등의 주자들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친윤’ 주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 이미 유력 주자들의 경쟁이 시작된 상황이다. 전당대회를 불과 석달 앞두고 주자별로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룰 개정을 일방 추진하는 건 불공정 시비와 당내 분란을 자초할 뿐 아니라 정치 도의에도 어긋난다. 임시 관리직에 불과한 비대위가 섣불리 추진할 일도 아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룰 변경 이유로 “1반 반장을 뽑는데 3반 아그들이 와서 반원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하면 되겠냐”며 ‘역선택’ 차단을 거론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대표가 뽑혔던 지난해 전대에서도 국민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대상으로 했다. 원래 다른 정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가능하지 않은 구조인 것이다. 정 위원장은 또 책임당원이 1년 반 전 28만명에서 79만명으로 늘어났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애초 전대에 민심을 반영하기로 했던 이유에 비춰보면 옹색한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2004년 ‘노무현 탄핵’ 후폭풍으로 위기에 몰리자,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국민 여론조사를 도입했다. 여전히 당원 중 영남과 고령층 비중이 큰 상황에서 민심 반영의 통로를 차단하는 것은 당의 역동성과 개방성을 크게 떨어뜨릴 뿐이다.
사실 이런 설명은 핑계일 뿐, 비대위가 당 안팎의 반대와 우려에 아랑곳없이 룰 변경을 밀어붙이는 진짜 이유는 ‘윤심’이 꺼리는 주자를 떨어뜨리고 국민의힘을 일사불란한 ‘윤석열당’으로 바꾸기 위해서라는 걸 모를 사람은 없다. 윤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로 하는 게 낫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15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대통령의 당내 경선 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및 정당법 위반 소지가 큰 부적절한 언사다. 윤 대통령은 경선 개입으로 비칠 언행을 멈춰야 하고, 비대위도 퇴행적 룰 개정을 밀어붙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