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내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16년간 유지된 ‘7(당원투표) 대 3(여론조사) 원칙’이 흔들리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만 책임당원 시대와 100만 책임당원 시대는 다르다”며 “당원들의 권한과 역할을 다시 살펴봐야 되고 존중해야 하는 그런 측면을 깊이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전날 “당대표는 당원들이 뽑는 거라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도 당원투표 비중을 높이는 방안에 무게를 둔 것이다.
친윤석열계 등 당의 주류들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국민의힘 안에서는 당원투표 비중 확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소 80%로 상향하거나 90%까지 늘리는 방안, 나아가 여론조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당원투표만으로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중 당대표 출마를 검토 중인 권성동 의원도 이날 “100% 당원투표로 당대표를 결정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심 반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안철수 의원은 당원투표 확대에 거듭 반대했다. 안 의원은 “현재 당헌에 보면 7(당원투표) 대 3(여론조사)으로 돼 있는데 3이 민심”이라며 “인구 절반이 우리를 지지한다고 할 때 2400만명은 의견을 반영하는 통로가 없다. (당원투표만으로 당대표를 뽑는 건 지지층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인지도가 높지만 국민의힘 내부 기반이 없는 안 의원으로서는 당원투표 비중이 높아질수록 불리해진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가 처음으로 반영된 건 2004년이다. 그해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에 따른 후폭풍으로 최병렬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사퇴하고 후임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50%에 여론조사 50%를 처음으로 반영했다. 약 2년 뒤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비중은 30%로 조정됐고, 지금까지 7 대 3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여론조사 도입 당시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이었던 홍문표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04년 당시 ‘당원들만으로 이 정당이 국민정당으로 갈 수 있느냐,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룰을 바꿨던 것”이라며 “룰을 손질할 순 있으나 그 틀을 바꾸는 건 안 된다. 당원 숫자가 늘었다고 당헌을 바꾸는 정당은 원칙 없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대 룰 변경은 친윤 지도부 구성을 위한 노림수이지만, 이를 통해 당이 더 보수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년당원 비중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70~80% 당원은 티케이(대구·경북) 어르신들”이라며 “그러면 그분들이 좋아할 강성 보수의 이야기를 (당대표 후보들이)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수도권 민심은 멀어지고 총선에서 불리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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