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이태원 참사 발생 43일 만인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58명이 숨진 참사에도 재난·안전 주무장관이 지금껏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었다. 이 장관 해임 건의는 국회의 준엄한 요구이자 이태원 참사 유족들의 피 끓는 절규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엄중히 받아들여 이 장관을 신속히 해임해야 한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이날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이재명 방탄”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며 반발했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곧바로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국조는) 애초 합의해줘선 안 될 사안이었다”고 했고, 권성동 의원은 유족들을 향해 횡령·종북 운운하며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선 안 된다”고 망언을 쏟아냈다. 서울 한복판에서 ‘정부의 부재’로 354명이 숨지거나 다쳤는데도, 집권여당 관심사는 오로지 윤 대통령 최측근 비호에만 쏠려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선 조사, 후 문책’을 주장하지만,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상황을 보면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면죄부’를 줄 공산이 크다. 경찰은 피의자로 고발된 이 장관을 조사하기는커녕 압수수색 한번 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재난·안전 관리 총책임자로서 무능을 드러낸데다 터무니없는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무를 방기한 이를 문책하지 않는 상황 자체가 국가의 또 다른 직무유기다. 참사 원인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이 장관 사퇴가 진상규명 작업의 ‘결론’이 아닌 ‘출발’이 돼야 하는 이유다.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이는 결국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곧바로 입장을 내진 않았으나, 윤 대통령은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달 초 이 장관 문책을 권유했으나 거부했다고 민주당이 전하기도 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정쟁화 시도라는 대결적 관점을 고수하는 것이다. 전날 출범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에 모인 유족들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이상민 파면”을 외쳤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과 측근 감싸기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윤 대통령은 숙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