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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앞에 놓인 무거운 숙제

등록 2022-10-27 18:25수정 2022-10-28 02:4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승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승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했다. 부회장이 된 지 10년 만이자,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2년 만이다. 이로써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삼성의 3세 경영 승계 작업이 최종 마무리됐다. 그러나 회장으로서 그의 앞길에 놓인 과제들은 녹록지 않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데다 대외 경제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 어쩌면 이 회장은 ‘진짜 시험대’에 섰는지도 모른다.

취임식도 따로 하지 않은 이 회장이 공개적인 취임 소감을 밝힌 곳은 법원 앞이었다. 그는 이날도 ‘경영권 부당승계 의혹’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그가 떠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그가 특별사면을 받은 ‘국정농단’(뇌물·횡령) 사건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 때문에 그의 사면이 결정됐을 때도 ‘사법정의 훼손’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부터 분식회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경영권 승계 과정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회장 취임을 두고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일”(경제개혁연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그 약속을 이행하려면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사회 상식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경영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 이 회장이 취임하면 그룹 컨트롤타워 구실을 할 조직이 부활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총괄·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국정농단 사태 때 해체된 ‘미래전략실’처럼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오가며 총수 일가의 이익에 복무하는 조직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 회장 선임 이유로 ‘글로벌 대외 여건 악화’, ‘책임 경영 강화’ 등을 들었다. 책임 경영을 강조하면서 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지 않는 것은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행사한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다.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것과 함께 2020년 대국민 사과에서 약속한 노동권 보장,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의 회장 취임과 관계없이 진행 중인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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