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팀장(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 그래픽 고윤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에 오르면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조직도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은 2017년 2월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에서 “미전실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힌 뒤 없앴다. 현재는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이피시(EPC)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부문별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있다.
삼성그룹 내부와 재계에서는 이런 시스템으로는 59개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없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왔다. 4대 그룹의 한 전략담당 임원은 <한겨레>에 “지주회사 시스템이 아닌 경우, 현실적으로 그룹 차원의 전략이나 계열사별 시너지를 추구하는데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금의 티에프 조직을 묶는 식으로 그룹 컨트롤타워를 부활한다면 다시 ‘책임없는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과거 미전실은 사실상 각 계열사에 대한 주요 경영 판단을 내리면서도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 조직이었다. 이 회장이 공언한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 약속과도 배치된다.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은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삼성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그 기구를 세운다면 준법성을 따져볼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안은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옛 미전실 조직은) 지주회사 이사회도 아니고, 정관이나 상법에도 없는 조직이었다. 총수의 비공식적, 개인적 지휘 기구가 되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를, 권한을 확대·강화하는 쪽으로 재편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사업지원티에프는 이 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사실상 ‘작은 미전실’ 구실을 해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7년 미전실 해체 때 물러난 사장급 8명 중 유일하게 사업지원티에프 팀장으로 복귀해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회승 선임기자
honesty@hani.co.kr,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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