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재미를 제공하며 구독자가 36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 ‘넘버파일’(Numberphile)에서 영국 노팅엄대학의 마이클 메리필드 교수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벤다이어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19세기 크림전쟁 당시 영국군의 간호사였던 나이팅게일은 통계를 시각화해 영국군 위생을 개선하고 사망자를 줄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유튜브 갈무리
김민형ㅣ워릭대 수학과 교수
작년쯤부터 출판인들에게서 수학 교양서가 대체로 잘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다. 몇몇 신문 기사들도 성인들이 수학 공부에 관심이 많고, 특히 40대가 이런 독자들의 주류를 이룬다고 알려준다. 수학 문화의 폭넓은 보급이 주 관심사 중 하나인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조류 때문인지 ‘어떻게 하면 어른이 돼서도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는가?’의 질문을 많이 받고, 그때마다 나는 교양서보다도 인터넷을 자주 언급한다. 작년 말에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에만 인터넷의 정보량이 약 50배 증가했고, 구글 검색은 세계적으로 하루에 35억번 실행된다고 한다. 그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접속 가능한 지적 자원 역시 너무나 많아진 세상이다. 얼마 전에 ‘핸드폰을 가진 젊은이들이 이해 못 하는 해괴한 역사’라는 제목으로 편성된 농담 시리즈에 ‘우리 부모 세대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을 때 누가 맞는지 판명할 방법이 없었다’는 관찰이 들어 있기도 했다. 내 책장에 대학원 시절 거금을 들여서 샀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32권이 씁쓸하게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웬만한 항목은 세계 시민 모두가 지식을 기부해 만들어낸 ‘민주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기 때문에 브리태니커는 대략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학문적 교류도 당연히 인터넷의 영향을 극적으로 받고 있다. 요새는 자연과학 분야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출판된 논문에서 읽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인터넷에 ‘arXiv.org’라는 이름으로 전세계 학자들이 발행 전 논문을 업로드하는 사이트가 있어서 거기에 올려진 내용을 중심으로 거의 모든 과학적 담론이 이루어진다. 1991년 시작된 이 사이트에 오른 논문의 수가 2014년에 이르러 100만부를 넘겼고, 지금은 한달에 만부 이상 새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쉽게 최첨단 연구 내용을 볼 수 있다(예를 들면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논문 몇개를 찾아볼 것을 권장한다).
수학을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인터넷 자료 역시 굉장히 많다. 수많은 유튜브 채널 중에 추천할 만한 사이트가 ‘넘버파일’(Numberphile), ‘스리블루원브라운’(3blue1brown), ‘피직스 걸’(physics girl) 등 여럿인데 이들의 공통적인 장점은 수학의 증명, 문제 풀이에 집중하기보다 신기한 수학적 현상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현상의 놀라움을 동영상을 이용해서 보여준 다음에야 다양한 방법으로 직관적인 설명을 해준다. 교과과정의 엄밀한 학습에서 약간 숨을 돌리고 싶은 학생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학교를 떠난 지 오래인 성인이 수학적 사고를 다시 만나고 싶을 때 사용하면 좋을 자료다. 후자에게는 특히 체계적인 공부보다 각종 매체와 독서, 대화를 겸하는 비선형적 학습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들의 적절한 활용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지금처럼 온갖 것을 다 공부하기 편해진 세상에서 인터넷의 지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하나 있긴 하다. 그것은 수준 높은 정보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인터넷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더블유스리텍스’(W3Techs)에 의하면 인터넷 콘텐츠의 60% 이상이 영어로 되어 있다. 그다음으로 흔한 언어는 러시아어로 전체의 8.2%를 차지하고, 중요할 것도 같은 프랑스어 같으면 2.7%, 독일어는 2.2%가 할당량이다. 학술적인 내용이 담긴 콘텐츠만 따지면 내 생각으로는 영어의 비중이 더 커질 것 같다. 근대까지도 유럽 학술 활동에서 라틴어가 하던 통용어 역할을 지금은 영어가 세계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수학 대중화’ 웹사이트의 언어 역시 영어가 압도적이다. 언젠가 학교 선생님들과의 대화에서 정부가 좋은 내용을 번역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지식 민주화의 시대에 정부의 노력으로 전세계 시민이 부단히 생산하는 지식을 따라잡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자동번역을 원활하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재는 영어로 좋은 자료를 찾는 데 계속 익숙해질 것을 권장하고 싶다. 지금 스스로 서툴다고 느끼는 사람도 자신이 특히 관심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글 번역을 사용하면서 대충 읽어가면 영어 해독이 차차 쉬워질 것이다.
한때는 나도 학교교육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큰 비중을 약간은 비판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영어를 편하게 읽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문화 차이가 전세계적으로 커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도 ‘영어를 왜 배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에 ‘수학을 재미있게 배우기 위해서’를 항상 포함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