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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벚꽃과 봄비…당신 봄날의 ‘최애’ 풍경은 어떤 날인가요?

등록 2021-04-04 15:16수정 2021-04-05 02:36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벚꽃 엔딩이냐 봄비냐

봄비가 내린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잎이 떨어져 있다. 국회 뒤 윤중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 중이다. 사전 신청한 외국인과 내국인들에게 추첨을 통해 일부 개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봄비가 내린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잎이 떨어져 있다. 국회 뒤 윤중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 중이다. 사전 신청한 외국인과 내국인들에게 추첨을 통해 일부 개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우리 ㅣ 디지털콘텐츠부 기후변화팀 기자

“다른 사람들 다 ‘벚꽃 엔딩’ 듣는다고 하지만 저는 ‘봄비’ 듣습니다. 장봄준 ㅋㅋㅋ.”(밍*)

봄이면 생각나는 가수 장범준씨 공식 유튜브에 있는 ‘봄비’(Spring Rain) 노래 영상에 적힌 댓글이다. 3~4일 전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린 뒤 거리의 벚꽃과는 다소 이른 ‘엔딩’을 했다. 평년보다 17일이나 일찍 개화한 벚꽃이 짧은 추억들을 남기고 회색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모습을 보니 아쉽다. 벚꽃철과 단풍철만은 잠시 비를 내려보내는 것을 멈춰줄 것을 하늘에 부탁하고 싶다. 그러나 봄비도 봄을 상징하는 순간이니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봄비는 매년 반복되는 꽃의 개화처럼 계절의 변화를 상징한다. 겨울비와는 내리는 시기도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비를 뿌리는 구름의 기압 배치가 다르다. 기상청은 이번 비를 “중국 상해 부근에서 발달해서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저기압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봄비는 한반도 남서쪽에 수증기를 머금은 촉촉한 양쯔강 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바다를 건너며 수증기를 머금고 한반도 상공에 비를 뿌리는 겨울비와는 출발이 다르다.

또 봄비와 가을비는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 강하게 내리는 겨울비, 천둥·번개를 동반하거나 폭우가 내리는 여름비와 달리 가늘게 내린다. 별다른 소리 없이 내리기 때문에 창문 밖에 맺히는 빗방울을 보며 상념에 잠기기 매우 좋다. 2013년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때 발표된 논문 <날씨학 개론―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날씨·정서 관련된 속성들에 대한 고찰>을 보면 비가 내릴 때 느끼는 대표 감정이 ‘차분한 행복감’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봄·가을비를 고려한 답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봄비는 사계절 중 가장 감성을 자극하는 비다. 화장실이나 영어 듣기 평가를 시작할 때 자주 들었던 바이올린 협주곡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은 모든 생물이 기지개를 펴는 봄의 생동감을 잘 드러내는 선율로 유명하다. 가수 임현정씨의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2003) 노래처럼 봄비를 떠올리면 몽글몽글한 감정이 떠오른다는 이들도 많다.

새 시작을 알리는 비이기도 하다. “메말랐던 내 맘속에 부드런 단비처럼. 날 비추는 햇살처럼 너는 나를 녹여가 베이비. 차갑던 바람 전부 다 걷히고 따스했던 그 봄비처럼 다가와. 잠든 나를 깨워줘”(여자친구 ‘봄비’ 중·2017) 처음 교복을 입었던 중학교 1학년 겨울바람이 사라진 4월 초 까만색 스타킹을 벗고 하얀 양말을 처음 신었을 때 느낀 산뜻함이랄까. 걸을 때 종아리에 튀어 오른 빗방울이 더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을 때 비로소 진짜 봄이 시작됐다. 또 만물의 내일을 위해 촉촉한 흙냄새를 선물하고 누런 황사와 뿌연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고마운 비다. ‘봄비는 쌀비’라는 속담처럼 (농사일은 늘지만) 농촌에서는 봄비를 보며 그해의 풍년을 예상한다는 희망의 의미도 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이들에게 봄+비는 많은 영감을 준다. 지난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봄비·여름비·가을비·겨울비’를 검색해보니 각 335건, 42건, 72건, 57건이었다. 검색 기준을 대중음악으로만 좁히면 봄비 171건, 여름비 38건, 가을비 54건, 겨울비 50건으로 봄비 노래가 가장 많았다. ‘장봄준’뿐 아니라 이은하, 박인수, 보아, 양창근 등이 봄비를 노래했다. “봄비가 되어 돌아온 사람 비가 되어 가슴 적시네.”(이은하 ‘봄비’·1979)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내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박인수 ‘봄비’·1970).

벚꽃과 봄비. 당신 봄날의 ‘최애’ 풍경은 어떤 날인가요?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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