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날인 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재활용센터에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최우리 | 경제산업부 기자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최근에 만난 한 환경 강사가 물었다. 연한 녹색의 나뭇잎이 진한 녹색으로 바뀌는 6월의 첫주 세계 환경의 날(5일)에 맞춰 학교나 도서관에서는 관련 도서들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행사를 하곤 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지역 환경 강사, 환경 독서모임 회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초등학생에게는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현장학습을, 중·고등학생에게는 미래 심화할 기후위기 시대에 사회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상상력과 시민의식 성장에 도움되는 환경교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생각을 그와 공유하고 돌아섰다.
과거와 비교할 때 환경교육하기 좋은 시절로 보인다. 환경 관련 책이 매우 많아졌고, 학교 밖에서 환경과 관련한 배움의 기회도 늘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교 환경교사 채용문은 여전히 좁아 환경교사들 스스로 ‘멸종위기 교사’라고 부른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누군가는 너무 많이 쏟아지는 환경담론에 피로감을 느끼겠지만, 또 누군가는 사회변화의 폭과 속도가 여전히 더디다고 생각할 것이다. 환경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답을 찾아가는 사회다운 과도기적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또다른 중학교 선생님의 고민은 한발 더 나아갔다. 환경 퀴즈를 푼 뒤 지구를 위해 우리부터 친환경 행동을 실천하자는 말을 나누고 나면 혼자만의 고민이 시작된다고 했다. ‘답이 없는’ 기후환경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중에 아이들이 좌절하거나 우울해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제만 말하지 않고 답까지 제시하면 모두가 명쾌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을 포함해 현재 세계 각국의 환경정책을 학생 스스로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환경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어른으로 커가야 한다고 교육하면 어떨까. 그러나 현재 학교 환경 교육에서 이 단계까지 나아가기는 쉽지 않은 눈치였다.
‘나부터 잘하자’는 것은 어떤 분야, 어떤 주제에서도 통하는 격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지 않고, 쓰지 않는 가전제품 코드를 뽑아두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잘하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세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만 실천하고, 도덕적으로 무장한다고 사회가 바뀔까. 시민들의 요구가 정부와 기업의 결단으로 이어질 때 더욱 변화의 속도는 빨라진다.
김건희 여사가 환경의 날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캠페인 출범행사에 참여해 “환경보호는 담론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탈플라스틱 과제는 석탄(전력)·가스(난방)·석유(자동차)·개발사업 등 다른 영역 환경 문제보다 시민 스스로 실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효능감을 크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그래서 시민들 관심도 높고 사회의 주목도도 높다.
하지만 혼자 하는 실천은 지치기 쉽다. 지난해 연말 만난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자는 “예전 같지 않다”며 폐업을 고민하는 상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기업들이 플라스틱 포장을 줄여가고 있지만, 마트에 가보면 여전히 과대 포장된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환경교육 수요 역시 늘었지만 여전히 교습법이나 수업시간 등 현장에서의 고민이 많다. 기후위기·환경 관련 사회의 인식 수준은 올랐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춤했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김 여사의 말을 들으며, ‘정부와 기업은 무슨 실천을 더 하고 있나’, ‘담론(철학) 없는 실천은 지속가능할까’ 라는 질문이 자동 재생됐다. 시민들은 보다 명확한 답을 찾고 싶어하고, 친환경 행동의 효능감은 함께 할 때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