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은 컵라면을 기억합니다. 육개장 사발면. 초등학교 5학년 때 교실에서 “세상에 이런 맛이 있을 수 있냐”며 한 젓가락, 두 젓가락… 그러다 한 그릇 다 비웠습니다.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컵라면을 먹는 날이 드물었기 때문이겠죠. 그 뒤로도 컵라면을 자주 먹지는 않습니다. 가끔 먹을 때마다 너무 맛있어 정신없이 국물까지 다 비웁니다. 그래서 바쁜 출근길에도 이 컵라면에 눈길이 갔습니다. 무슨 맛인지 아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데, 국물도 면도 남기다니! 너무 자주 먹어 지겨웠을까요? 컵라면을 자주 먹을 정도로 하는 일이 바쁜 분일까요? 컵라면 하나도 다 비울 시간이 없었을까요? 이래저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