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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주접 댓글 / 김진해

등록 2021-01-31 17:58수정 2021-02-01 02:41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영상이나 사진, 글을 보고 댓글창에 다는 과장되고 재치 넘치는 말. 빤히 보이는 허풍으로 상대를 찬양·고무한다. 말장난의 즐거움을 미학(아름다움)의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가장 해롭지 않은 말하기.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을 보여주는 말의 최고 경지.

아재개그가 썰렁하다고 타박하면서도 비슷한(!) 방식의 댓글에 이리 열광하는 걸 보면, 역시 담는 그릇이 중요한 듯. ‘목소리 진짜 좋으시네요. 제 귀지가 설탕이 된 느낌’, ‘언니, 경마장 출입금지라면서요? 언니를 보면 말이 안 나와서’, ‘계란 한 판을 사면 계란이 29개밖에 없다면서요? 당신한텐 한계란 없어서’, ‘언니 노래 영상 공짜로 보는 게 송구스러워서 데이터 켜고 보고 있어요’, ‘짐 놔두고 가셨어요. 멋짐’, ‘오빠는 사슴이에요. 내 마음을 녹용’. 이런 게 넘치는 ‘댓글맛집’을 찾아다닌다.

맥락의 탈피. 재미있는 말은 이마에 ‘재미있음’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웃음은 늘 예정된 철로를 달리던 기차를 탈선시키는 데에서 오는 쾌감이자 감탄사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걸 싫어한다. 과장이나 축소로 말과 대상 사이의 빈틈을 만들고, 그 간격을 더 벌리기를 좋아한다. 아재 가수 강산에가 친구 딸이 구구단으로 말장난하는 걸 듣고 노래를 지었다. “이 순간 당신이 웃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람에 준비해 봤습니다. 이일이 이이사 이삼육 이사팔 이오십 이육십이 이칠십사 이팔십육 이구아나”(곡 ‘이구아나’) 지금은 웃지 않겠지만 나중에 혼자 웃을 거다. 우리는 더 웃긴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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