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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고유한 일반명사 / 김진해

등록 2020-11-29 17:48수정 2020-11-30 02:39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유일하다. 하나밖에 없다. 무한한 우주를 뒤지고 억만 겁의 시간을 오르내려 보아도 언제나 하나밖에 없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하나밖에 없을 때 우리는 거기에 고유명사를 붙인다. 사람 이름을 비롯하여 산 이름, 강 이름, 별 이름, 동네 이름, 상호가 그렇다. 관심과 애정이 가는 대상에 ‘이름’을 붙인다. 애정이 있어 이름을 붙이지만 이름은 더 깊은 애정을 다시 부른다(집착과 함께).

잘 알려진 고유명사는 다른 대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데 재활용되기도 한다. 이강인은 한국의 ‘메시’이고 독재자는 ‘히틀러’이며 과학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는 꼬마 ‘아인슈타인’이다. 예쁜 산을 두고 한국의 ‘알프스’라 소개하는 안내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유명사의 확장이다.

반대편에 일반명사가 있다. 여러 사물을 하나의 이름으로 묶는다. 태백산이든 수유리 화단이든 앞집 계단이든 피어나면 모두 ‘꽃’이다. 절집이든 고물상 앞마당이든 산 너머든 멍멍 짖는 녀석은 ‘개’다. 낱낱이 가진 차이는 사라지고 그저 하나의 공통성으로 묶인다.

그런데 일반명사라 하더라도 각 사람에게 고유명사인 게 있다. 아무리 이 세상에 같은 이름의 대상이 널려 있어도 그 사람에게는 하나밖에 없다. ‘엄마’라는 말을 떠올려 보라. 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니라 ‘우리 엄마’만 떠오른다. 물건도 곁에 오래 두고 지내면 나에게 유일무이해진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관계의 그물로 맺어진 인연과 체험에 따라 일반명사가 점점 고유화되는 걸지도 모른다. ‘고유한 일반명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 그 이름은 그리움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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