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군더더기 말 때문에 속내를 들키는 경우가 많다. 나/우리의 ‘속내’는 온갖 판단과 부조리와 모순과 욕망과 이기심과 열등감과 속물근성과 허세로 가득하다. ‘진솔함’은 이 추악한 속내를 남김없이 쏟아내는 게 아니다. 그걸 없애는 일의 어려움(불가능함)과 실패를 실토하는 거다. 세상은 추악한 속내를 숨기질 못하고 실행에 옮기는 자들 때문에 추해진다. 말을 할 때 이런 ‘속내’가 드러나지 않도록 머뭇거리고 조심해야 한다.
‘생각보다’라는 말은 나도 모르게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상대에 대해 미리 어떤 기대나 예측, 평가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생각보다 못생겼더라’, ‘생각보다 일을 못 해’, ‘생각보다 안 어울리네’처럼 부정적인 평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군’, ‘생각보다 멋있네요’처럼 겉보기에 칭찬으로 들리는 말도 상대에 대한 애초의 기대가 별로였음을 몰래 감추고 있다. 그냥 ‘일 잘하는군’, ‘멋있네요’라고 하면 된다. 마음속 생각과 입 밖으로 끄집어낼 말은 같을 수 없다. 생각과 말이 일치할 때 도리어 문제가 생긴다. 어차피 모든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 드러난다. 굳이 평소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는지 시시콜콜 보여줄 것까지는 없다.
진정한 행복은 ‘속 시끄러운’ 생각을 멈추는 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시끄러운 소리는 그것대로 놔두더라도 밖으로 드러나는 말은 매 순간 있는 힘을 다해 조심해야 한다. 편협한 자신이 드러나고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이라면 더 조심해야 한다. 생각은 자유롭게 하되, 표현은 절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