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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온실과 야생, 학교 / 김진해

등록 2020-11-01 16:15수정 2020-11-02 02:39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부모는 아이가 타인과 적절히 교류하는 존재로 성장하는 걸 돕는다. 이러한 사회화는 대부분 말로 이루어지므로 사회화의 핵심은 언어 학습이다. 사회화와 언어 학습은 동전의 양면이다.

아이를 식물에 비유한다면 자녀 양육을 ‘온실 모형’과 ‘야생 모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온실 모형 속 부모는 아이를 끊임없이 보살펴야 하는 식물로 대한다. 부모는 아이와 말을 많이 나눈다. ‘이게 뭐예요?’라 물으면 친절히 설명해주고 ‘네 생각은 어떠냐?’고 되묻는다. 질문과 설명 중심의 대화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익힌다. 자기 생각을 잘 드러낸다. 틈나는 대로 ‘잠자리에서 책 읽어주기’를 한다. 공룡이든 자동차든 ‘꼬마’ 전문가가 되는 걸 대견해한다. ‘티라노사우루스’, ‘안킬로사우루스’의 습성과 생김새, 생존 시기를 좔좔 외면 환호한다.

야생 모형 속 부모는 아이를 대지의 비바람과 햇볕을 받고 자연스럽게 자라는 식물로 대한다. 아이는 가만히 ‘냅두면’ 알아서 자란다. 아이의 삶에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는다. 친구들이나 다른 관계에서 스스로 살길을 찾아가길 바란다.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지 못한다. 집 안은 대체로 조용하다. 대화보다는 지시와 명령의 말이 많다.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데 서툴다.

물론 현실에선 두 모형이 뒤섞여 있다. 다만, 온실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인정과 성공의 기회가 주어지는 건 분명하다. 집에서 이미 연습했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학교는 말을 둘러싼 사회적 격차를 좁히고 있나, 더 벌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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