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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2030 리스펙트] ‘코로나 면죄부’를 성찰한다 / 곽승희

등록 2020-06-21 16:16수정 2020-06-22 02:36

곽승희 ㅣ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신림동쓰리룸 센터장

코로나 시대에도 퇴사는 한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다 못해 빙하기라는 뉴스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퇴사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설마 이 시기에 누가 퇴사를 선택할까, 싶었는데 우리 조직에서 퇴사자가 나와버렸다. 아니, 이런 시기에? 심지어 입사 3개월차에?? 더 심지어 그가 맡은 아주 중요한 업무의 시작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설마 일주일 전에 지적한 것 때문에…?

운명의 일주일 전, 그가 3개월간 교육받고 중간 피드백을 반영하여 만든 결과물을 전달받았다. 청년들에게 정책 정보를 온라인으로 전달하고, 오프라인에서 소개해주는 일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서류에 그려져야 했다. ‘정책 상담 및 자원 연계’라는 이름을 달고 올해 처음으로 시작될 ‘서울청년센터’ 업무였다. 이 일을 하기 위해 예산을 증액받았고, 공간 이름도 ‘서울청년센터 관악오랑 청년문화공간 신림동쓰리룸’으로 바뀌었다. 그 중요한 일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원인을 찾고, 경과를 짚어보고, 대안도 찾았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신림동쓰리룸은 코로나 시기에 적합한 청년공간 운영 방식을 찾느라, 대부분이 몇 개월째 과로 중이다. 지난 2월 1차 휴관 이후 오프라인 운영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온라인 전환을 결정했다. 한 해 오프라인 강의를 계획했던 강사들을 설득했고, 이미 사업계획서를 승인했던 행정을 설득했다. 아마 가장 큰 설득은 아무도 알려주지도, 가지도 않은 방법을 시도한 사업 매니저들 스스로의 마음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운 결과 청년 지원 행사 10개 중 7개는 커뮤니티 구축을 고려한 온라인 비대면 클래스로 오픈했다. 이 중 종료된 5개는 오픈 며칠 만에 참여 가능 인원보다 두 배 많은 신청자가 몰렸다. 다행히 매니저들의 피 말리는 ‘안전 관리’ 끝에 행사는 잘 끝났다.

코로나 이후 공공의 청년공간이 청년에게 제공할 서비스의 영역은 이전보다 복합적이다. 애초 신쓰룸의 핵심은 ‘낮은 문턱’이었다. 청년세대에게 많은 것이 사치가 돼버린 시대, 청년공간에서만큼은 물리적 공간도, 지원과 연결의 기회도 쉽게 누릴 수 있어야 했다. 물론 전제가 있다. ‘안전’이다. 이제 ‘안전’은 단지 오프라인 공간 사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라인’상 적합한 시스템에 연결되고, 접속자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런데 기존 사업의 온라인 전환으로 격무가 지속되는 와중에, 여기다가 ‘청년 정책 상담 및 자원 연계’ 업무 백업까지 나눠야 한다니. 심지어 일주일 만의 퇴사 선언에 백업의 정도도 달라져 버렸다.

2020년 6월, 많은 이야기에서 ‘코로나 탓’이 들린다. 가끔은 코로나한테 미안하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 사회 시스템이 망가진 것처럼 구는데, 사실 우리 사회는 이미 고장 난 지 오래다. 완전히 망하지 않은 이유는 그나마 수많은 영역에서 무수히 많은 노력이 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노력도 가끔은 구멍이 많다. 청년정책 분야는 혁신 키워드로 써먹기 좋지만, 정작 종사자의 근무환경·평가는 박하다. 밀레니얼 사회초년생을 뽑아 잘 교육시키거나, 운이 좋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채용 및 적응 과정에 더 신경 쓰라는 인사노무 조언을 반영해 구인 글을 올렸다. 조직도를 정비해 사수도 정했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필요했던 일이다. 코로나 욕하지 말고 있던 구멍부터 메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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