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인권 개념은 처음에는 신앙의 자유나 투표권 같은 개인의 사회적 권리에서 출발하여 점점 교육, 노동 등에 대한 폭넓은 권리로 관심사를 넓혀 왔다. 최근에는 더 고도의 포괄적 가치인 난민의 생존, 성적인 취향, 동물의 권리 등을 통해 과거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또 ‘언어’에 대한 인권 문제도 거론된다. 모든 사람들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언어인 ‘모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는 대략 6천~7천 종의 언어들이 남아 있는데 그 가운데 1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겨우 여덟 종이고, 천여 종의 언어는 그 사용자 수가 겨우 100명 미만이다. 그나마 20년 전 통계이니 지금쯤 사라졌을 수도 있다. 옛날에는 전쟁과 식민화로 사멸했지만 요즘은 이주와 혼혈 때문에 ‘스스로’ 언어가 사라지기도 한다. 언어는 전 인류의 공유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연환경과 마찬가지로 함께 보호해야 할 의미가 있다. 한국도 근간에 입국한 결혼이주 여성들의 경우 자칫 일상 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를 상실하기 쉽다. 그들이 아무런 도움 없이 자신의 언어를 스스로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지구상의 다양한 언어 자원을 보호하는 데 동참할 수 있게 우리도 ‘언어 인권’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식민지 시절 말을 지키려고 발버둥을 쳤듯이 이제는 우리의 새 이웃이 자기 모어를 지킬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 세계화된 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가 아닌가 한다. 한국이 다른 ‘제국들’처럼 ‘언어의 공동묘지’가 되지 않도록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할 때이다. *다음 주부터 김진해 경희대 교수가 ‘말글살이’를 연재합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