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소비를 더 자극하고 또 나아가 초과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으로 아마도 ‘일회용 상품’의 개발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었을 것이다. 반창고에서 시작하여 주사기, 면도기, 기저귀, 칫솔 등 갖가지 상품을 한번만 쓰고 버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찍히기도 한다.
잘 쓰이던 어휘 중에도 점점 사람들 입에 잘 안 오르는 말들이 있다. 각종 신조어와 유행어들이다. 일부는 꽤 긴 수명을 누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추억의 여운만 남기고 서서히 사라져간다. 초창기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용했던 ‘아햏햏’이라는 표현은 지금은 무슨 외국어처럼 느껴진다. 또 반려견을 가리키던 ‘강쥐’라는 말은 요즘은 주로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근근이 쓰인다.
비록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사회 분위기의 변화로 사용하기에 거북하게 느껴지는 말도 있다. 한때 자주 쓰이던 ‘얼짱, 몸짱’이나 ‘얼꽝’도 양성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쓰기 머쓱해진 추억의 신조어들이다. 좀 ‘꿀꿀한’ 기분을 드러내던 ‘뷁’도 이젠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우리는 이런 수명 짧은 말을 덜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도 우리의 일상생활의 사소한 구석구석을 지켜주는 의미 있는 기능을 한다. 웅장한 영화에 등장하는 단역 배우도 그 나름 중요한 배역이 있듯이 신조어나 유행어도 언어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일회용 상품은 환경을 어지럽히고 있지만 일회용 어휘는 뻔하고 뻔한 언어 세계를 생동하는 생태계로 만드는 자원의 하나인 셈이다.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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