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교육의 교과목 가운데 하나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것이 ‘제2외국어’ 과목이다. 우리의 교육과정에서는 ‘영어’만이 가장 중요한 외국어로 대접받고 있다. 제2외국어는 입시 반영 비율도 보잘것없다. 해당 전공 영역에서는 행여 수험생들한테 선택을 더 받아볼까 해서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난이도를 낮추고 있다. 무의미한 자해 행위일 뿐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국어 더하기 둘’이라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자신의 국어에다가 같은 유럽연합 회원국 언어 둘을 선택하게 하는 정책 설계이다. 그 까닭은 영어의 독점을 피하기 위해서다. 만일 국어에다 외국어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면 유럽인들도 별수 없이 영어만 택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외국어 학습을 장려하기 위해서, 그리고 ‘유럽 언어들’의 공멸을 막기 위해서, 두 개의 외국어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우리는 제1외국어 교육을 다양화했다는 것이 영어, 실용영어, 영어독해와 작문 등이다. 무조건 영어 하나만 배우라는 강제 조항이나 다름없다. 시장이 세계화되듯 교육도 함께 세계화되면서 이젠 어린 시절을 중국어권이나 일본어권에서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들이 자연스럽게 배운 외국어를 지워버리고 또 다른 외국어인 영어만을 학습하게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에 나간 학부모들은 억지로 비싼 수업료를 내면서 따로 영어 학교에 자녀를 보내기도 한다. 이제는 제1외국어도 학습자가 여러 언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할 때가 된 것 같다.
김하수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