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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문화어 / 김하수

등록 2018-05-20 22:40수정 2018-05-20 22:48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한국어의 한글맞춤법은 1933년에, 그리고 표준어는 1936년에 정해졌다. 그 후 약간의 변화를 겪으며 정착되어오다가, 분단 이후 북쪽에서는 서울말 중심의 표준어가 심하게 오염됐다고 비판하면서 1966년에 평양말을 기준으로 하는 이른바 ‘문화어’를 제정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어의 서울말 중심의 변이는 표준어, 평양말 중심의 변이는 문화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

평양말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는 바람에 오해도 생겨났다. 전통적인 평안도 방언처럼 ‘정거장’을 [덩거당]이라고 하는 식의 언어를 문화어라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문화어는 과거 반공영화에 나오던 억센 억양의 ‘평안도 사투리’와는 크게 다르다. 북의 문화어는 20세기 중반 즈음에 중부방언하고 매우 비슷해진 상태의 평양말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남쪽의 표준어하고 큰 차이가 없고 어휘 및 억양의 차이가 약간 드러나는 정도이다.

또 정책적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많이 줄이고 순화했기 때문에 비록 남쪽의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의미 파악에는 별문제가 없다. 큰 차이라고 한다면 ‘두음법칙’이라는 것 때문에 남쪽에서 ‘노인, 여성’이라고 하는 말을 ‘로인, 녀성’이라고 하는 정도이다. 그것 역시 알아듣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사실 남쪽에서도 외래어에는 말머리에 ‘로켓, 뉴스’처럼 ‘ㄹ’이나 ‘ㄴ’이 얼마든지 나타난다.

사전을 찾아보면 북의 문화어를 ‘북한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자칫 북한에서 사용하는 별개의 언어라는 식으로 해석되기 쉽다. 북한의 문화어는 한국어에서 벗어난 딴 언어가 아니라 북쪽 변이형을 참조해서 정리한 ‘규범 체계’일 뿐 별개의 언어가 아니다.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북쪽에서 사용하는 말은 ‘북한어’라고 부르는 것보다 ‘문화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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