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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막장 발언 / 김하수

등록 2017-12-24 18:02수정 2017-12-24 19:01

김하수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분노는 격정을 불러오고 격정은 평소의 언어가 아닌 숨겨 놓았던 격한 말을 불러온다. 최근 며칠 동안의 정치 언어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경쟁 정파나 견제 세력에게 그러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한솥밥을 먹던 사람들한테 우리가 언제 한 식구였냐는 듯이 앙칼지게 다투고 있다. 정치의 격이 허물어지고 말의 가치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양새이다.

주먹으로 치고받으면 보통 ‘싸움’이라고 한다. 이것을 말로 공방을 벌이면 ‘다툼’이라 한다. 주먹과 말은 이렇게 공격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대개는 주먹싸움보다는 말다툼을 좀 너그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주먹을 사용하면 ‘폭력’이라는 형법 개념을 사용하지만 말다툼은 기껏해야 ‘언쟁’이라 하면서 폭력의 앞 단계 정도로 본다. 아무리 정도가 심했다 해도 ‘명예훼손’ 정도로 다룬다.

우리의 법 제도는 폭력을 금지하고 있지만 정치와 문화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 풀어놓고 통제를 한다. 예를 들어 주먹질과 발길질도 특정한 스포츠 종목에서는 ‘엄격한 규칙 아래’ 허용이 되듯이 언어적 공격도 정치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된다. 그러다 보니 심할 경우에는 종종 ‘막말’이니 ‘말 폭탄’이니 하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그러나 거기에도 ‘도’와 ‘격’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말다툼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다. 정치를 ‘지속가능한 경기’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 세금을 내고 정치인들의 자유로운 언행을 폭넓게 허용한다. 의회 정치의 정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모든 이해관계를 ‘언어를 가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상황이 다급하다 해서 아무 말이나 쏟아붓다 보면 결국은 의도하지는 않았었겠지만 ‘대통령의 내란’이라는 해괴한 말까지 새어 나오게 된다. 정치인 스스로도 언어 관리자라는 생각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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