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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말과 공감 능력 / 김하수

등록 2017-01-22 17:13수정 2017-01-22 19:07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든지 자신의 언어, 곧 국어를 사용할 줄 안다. 또 외국어 사용 능력까지 갖춘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어 사용 능력이라 하면 ‘그까짓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반면에 외국에서 오래 활동도 하고 외국어도 잘하면 선망의 눈길을 보낸다. 외국어 능력을 국어 능력보다 더 귀히 여기는 것이다.

또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 대개는 ‘편협한 애국주의’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활용도가 높은 언어는 국어이고 외국어 능력은 주로 특이하고 독특한 업무와 관련이 된다. 외국어를 할 때는 문법, 발음, 어휘 같은 언어 소재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지만 국어 능력에는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요구되는 다른 것이 있다. 바로 ‘공감 능력’이다. 국어가 외국어보다 더욱 중요한 까닭은 애국심에서가 아니라 공감 능력과 공동체 의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기관이나 학교에서 오랜 기간 활동을 하고 귀국했을 때 좀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까닭은 오랜 동안 멀어졌던 ‘분위기’에 공감을 못하거나 상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해서이다. 적당히 맞장구만 쳐 주면 공감할 것 같지만 그게 쉽지 않다. 오히려 노력할수록 더 어색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연발하고 이질감만 느끼게 한다.

공감 능력은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살아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는 법을 터득했을 때 얻어진다. 너무 오랜 세월 해외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귀국해서 대중친화적인 일을 하려면 일정한 재학습 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 오래되고 이질화된 논조에 어수룩한 화법, 동시대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언행은 서로간의 간극만 확인시켜주고 그간에 쌓아올린 긍정적인 면모를 하찮게 만들어 버릴 가능성이 많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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